아버지의 고물 자전거

by 옛골소년

아버지의 자전거는 늘 감나무 밑에서
주인을 기다립니다.
무광택 몸채를 뽐내며 언제라도 달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유일하게 반짝이는 손잡이는 기름칠을
한 듯 아버지의 손때향이 가득합니다.
자전거 기름은 아버지의 향기였습니다.

아버지의 오래된 칫솔은 체인을
까맣게 물들이는 기름 솔이 되었고,
페달을 굴리는 힘찬 발 놀림에
아버지의 바지단은 체인에 묻은
기름으로 얼룩이 지고,


쉽게 가시지 않는 어머니의
고단한 빨래거리 근심이 되었습니다.
왜 그리 마구 발라 바지에 묻히냐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아버지는
같이 늙고 녹슬어 가는 친구에게
기름칠을 해주시는 것이라며
웃어 넘겨 볼 뿐,
바지에 묻은 자전거 기름은
어머니의 손가락 마디만 뻑뻑하게
만드는 근심거리 기름 덩어리일 뿐.

빨랫비누로 아무리 치댄 들
가시지 않는 기름때는
부모님의 단골 싸움거리였습니다.
두 분을 애증으로 갈라 놓았던
체인에 마구 바른 기름칠은
손주를 태우고 나서부터 없어졌고
어린 손주의 자전거 태워주기로
할머니의 손은 할아버지 바지단에 묻은
기름때의 고단함과 잠시 멀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달리
며느리는 신경쓰이시는 듯
손주의 바지에 기름이 묻지 않게
온전하게 지키고자 손주 얼굴 한번 보고
손주 바지 한번 보고, 자전거 타기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할아버지의 등을 타고
하늘을 올려다본 어린 손주는
어린 아빠가 보았던
그날과 같은 파아란 하늘을 보며
깍지 손을 하고 할아버지를 거머 안아
매미처럼 등에 바짝 붙어있습니다.

할아버지를 꼭 안은 온기는
손주에게 전해지고, 손주의 온기는
할아버지에게 전달됩니다.
그렇게 아이와 할아버지는
자전거타기 놀이를 할 때면 꼭 안아
아빠가 느꼈든 서로의 사랑을 느껴봅니다.

#아버지의자전거 #자전거 #아버#할아버지 #커피인뜨락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불확실성과의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