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3의 의미

by 옛골소년

아들이 일찍 잠자리를 준비하나 싶어 불 꺼진 방문을 살짝 들여다봅니다. 어김없이 귀에는 무선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의 옅은 불빛에 기대어 무언가를 보고 있습니다. 아들은 오늘도 불 꺼진 방에서 잠들기 전 작별 인사가 아쉽기라도 하듯 핸드폰을 만지작거립니다. 오늘은 빨리 자나 싶었는데 뭐하고 있는 거니?

갑자기 아들은 아빠에게 운동화를 몇 개 정도 가지고 있는 게 적당할까?라는 질문을 합니다. 아들은 지금 2개의 운동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름 운동화 하나, 겨울 운동화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아무튼 여름 운동화보다는 투박하니 겨울 운동화라고 하며 또 하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이키 겨울 운동화랑 그렇지 않은 여름 운동화 각각 하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 켤레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 세 개의 기준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입에서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사실은 아들도 3개의 운동화를 원합니다. 세 켤레 중 하나가 작아져서 아빠에게 불가피하게 무상양도되었습니다. 그러니, 하나가 부족한 상태가 되었고 하나를 채우고 싶은 마음에 아빠에게 운동화 숫자를 물어본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아들의 의도를 짐작하고 대답한 답이었습니다.

아들은 불 꺼진 방에서 운동화를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아들은 나이키 메이커에 꽂혀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코카콜라를 만드는 나라에서 만드는 나이키 운동화!, 저도 한때는 그랬었고 지금의 아들도 마음속 부동의 1위는 나이키인 것 같습니다. 대를 이어 지속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맛에 점점 길들여지는 중독자들!ㅋㅋ

운동화 하나로 사계절을 났던 저의 학창시절에 비하면 계절별로 신발을 신는 풍족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들은 곧 나이키 신발 하나를 더 손에 넣을 것입니다. 아들의 기준도 그렇고 아빠의 기준도 3개라는 것에 합치되었으니 구매 욕구는 더 불타오를 것입니다. 아들은 소유 기준 3은 오랫동안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무언가를 비우고, 비워지면 채워야 되는 것이 이치인데 저는 설정해둔 기준도 없이 부족하다 생각되면 바로 채워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신발장이나 옷장의 설계 기준은 나름 과학적이거나 통게적인 근거를 기준으로 제작되었을 터인데 집에 있는 옷장이나 신발장은 넘치다 못해 늘 부족합니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한 세상에서 정신적 결핍 때문에 뭔가로 자꾸 채우고 싶은 욕구 때문일까!, 조금의 빈칸만 보이면 채우고 싶은 집착에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소유욕으로 채워짐은 얼마 가지 못해 망각으로 버려지고 다시 물욕으로 채우기를 반복하고, 여백의 미는 전혀 없습니다.

며칠 뒤 겨울옷과 겨울 신발을 정리하던 중 연신 아쉬움의 탄성이 연발로 튀어나왔습니다. 신어 보지도 못하고 겨울을 나버린 신발, 먼지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겨울을 나버린 옷들..., 심지어 포장지가 그대로 있는 옷..., 이 정도면 수집벽이 정신적 치료를 받아야 되는 수준은 아닌가?ㅎㅎㅎ, 정말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나의 가까이에서 있으면서 관심에서 잊혀진 소중한 것들!..., 그것을 원할 때는 지독할 정도로 갈망했을 텐데 정말 미안하구나!..., 이런 식으로 나의 가까이에서 잊혀져 가는 것들이 뭐가 또 있을까?..., 뭔가 불안합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겨울옷들, 세상 구경 한번 하지 못하고 1년을 또 기다려야 하다니, 그 사이 버려지기라도 하면 나를 얼마나 욕하며 재활용 수거함으로 떨어질까!ㅠㅠ

오늘도 집을 나서기 전 관심증 환자라도 되듯 나의 옷차림과 스타일에 집착을 합니다. 어디 옷차림뿐이었을까!..., 나에게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치장을 하고 말에도 화장을 하듯 고귀한 척 어울리지 않는 말들을 내뱉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면 거칠고 투박스럽게 변하는 말과 행동들... 과연 누구에게 무슨 관심을 원해서 하루 종일 육체와 감정을 악쓰듯이 정신노동으로 시달리게 했을까!...

눈을 뜨면 세상에서 접하는 무리가 세 가지입니다. 가족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 오늘 처음 보는 사람들, 관심을 받기 위해 애를 써야 할 사람들은 오늘 처음 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가족과,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 중 사이가 소원해진 이들에게 관심을 받고 주어야 하는 것에는 오히려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문득 숫자 3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가능하면 아이템별로 3가지만 유지하기, 3가지 물건에서 애착이 가는 것을 소중히 다루고 비워지면 채우기, 만나는 3가지 그룹의 사람들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 관심받으려고 노력하고 관심 가지기, 나에게 관심 없는 제3자들에게 감정노동 덜하기, 말하기 전, 행동하기 전 3번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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