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군불 피우기

by 옛골소년

우리집 사랑방은 길가에 있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피울 때면 방안 가득 찬
연기에 쪽창을 열어 환기를 합니다.
그럴 때면 때마침 지나가던 동네
이웃들과 다정한 눈인사를 건넵니다.
오늘도 소밥 때가 되었나 보구나!

사랑방 곁에 붙어 있는 외양간에는
소가족이 오순도순 살고 있습니다.
쇠죽을 끓일 때면 어미소는 코를
벌렁거리며 목청을 놓아 빨리 달라
아우성입니다. 부지깽이를 소머리에
가져가며 참을 줄 알아야지!
꿀밤을 한대 놓습니다.

쇠죽솥 아궁이에 불을 지피시는
아버지는 세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구수한 쇠죽으로 소가족의 배를 채우고
구들장 동굴 속으로 타들어가는 불길은
온기로 삼형제의 등을 따시게 하고
은은히 남은 재는 그날 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군것질거리 군고구마
잔불이 되어줍니다.

마른 솔잎과 솔가지의 타는 냄새는
교복에 배어 다음날 학교까지 날아갑니다.
교복에 연기향은 담배 냄새를 쏙 빼 닮아
제발 좀 담배를 끓어라는 친구의 농담에
지독한 삶의 냄새라며 억지웃음 지어봅니다.
매캐한 연기에 괴로워하시는 아버지의
얼굴엔 가족을 향한 열기로 활활,
장작불은 붉은 빛 사랑으로 타오릅니다.
군불 열기만큼 타오른 불길은 쇠죽
한솥밥이 되고 구수한 냄새는 어떤 맛일까
호기심에 먹어보고 싶은 충동질이 타오릅니다.

내일도 아버지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십니다.
내일도 작은 창문을 통해 길 가는 이웃들이
보일겁니다. 오늘처럼 손인사를 합니다.
불을 지피는 목적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우리 집 사랑방은 연기로 사랑을 피웁니다.

#사랑방 #군불 #굼불 #쇠죽 #커피인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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