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

by 옛골소년

그림그리기에 한창인 아이는
오늘 이야기도 같이 그려봅니다.
분홍빛 고운 색종이에 써 내려간
그림은, 사연을 태우고 어디론가
훌쩍 날아갈 채비를 합니다.

누구에게 보내는 그림편지인지
사연은 하늘만 알았으면 하는 맘.
작은손으로 가려진 그림편지는
앳된 미소로, 가슴으로 색종이를
안아, 비밀을 간직코자 합니다.

엄마손에 이끌려 할머니댁에
맡겨진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뽀뽀세례에 금세 웃음꽃이 피고
손에 잡힌 색종이는 그림판이 되고
써내려간 글자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암호가 되어 사연이 됩니다.

한참을 끄적이던 분홍빛 색종이는
고운 종이비행기로 변신하여
아이의 손에 들린 채로, 옥상 하늘로
올라가고, 곧이어 아이 손을 떠나
힘차게 푸른 하늘로 날개짓을 합니다.
그림과 사연을 담은 분홍빛 비행기는
하늘로 멀리멀리 날아갑니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는 빼고
여동생과 자기를 그렸습니다.
낮 친구 할머니와 할아버지
밤 친구 엄마와 아빠
친구들은 쏙 빼고 하루 종일
같이 있는 여동생을 그림에
넣고 윙크하며 웃고 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래도 웃고 있어 다행입니다.
아이들이 그린 색종이 비행기
숫자만큼 낮 친구 할미와 할배는
늙어갔고 밤 친구 아빠와 엄마는
얼굴에 잔주름이 늘어갔습니다.

맞벌이하던 큰형은 아이들을 매일 같이 시골집으로 데려와 부모님 손에 맡겼습니다. 운 좋게 오래된 책 속에 키워져 있던 조카가 그렸던 그림 한 장을 보며 지금은 추억이 되었지만 모두가 힘들어했던 그때의 기억을 생각나는 데로 써내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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