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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골소년 May 02. 2020

온라인으로 학교 가는 딸아이의 고민

 아이들의 눈을 뜨게 해주는 것이 핸드폰이고 잠들기 전까지 손에 쥐고 있는 것도 핸드폰입니다. 온라인 개학 이후 핸드폰과 더욱 때려야 땔 수가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핸드폰의 익숙한 알람 소리로 하루가 시작됩니다. 가야할 곳은 학교인데 몸은 집에 있으니, 온라인 학교가기가 오래될수록 핸드폰 알람 소리에 의지해서 일어나는 모습이 점점 더 힘에 겨워 보입니다.

 이런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참고 견뎌보기를 응원합니다. 교복을 챙겨입는 번거로움(?)도 없는데 몸은 자꾸만 귀찮은가 봅니다. 학교가는 준비시간이 줄어든 만큼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집니다. 자칫 아이들의 온라인 학교에 지각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시작되는 엄마의 외침에 점점 더 짜증 섞인 격한 반응을 보입니다. 아이들을 깨울 때면, 어릴적 아버지, 엄마의 고함소리도 귀에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런 경험으로 학교에 가기 위해 스스로 일어난다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유치원 등원을 위해 아이의 얼굴에 볼에 비비며 아침을 깨워주고 자장가에 잠이 들고 했던 기억은 온전히 엄마의 추억이 된듯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기억 속엔 엄마, 아빠의 자장가가 소리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엄마, 아빠의 다정다감했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기억하고 있을까.

 부모님이 그렇게 하셨듯이 아이들의 커가는 덩치만큼 엄마, 아빠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갑니다. 일어나면 하기 싫은 과제들로 넘쳐나는 것만큼 아이들의 격한 반응도 커졌습니다. 온라인 학교를 보내는 동안 아이들을 집고양이처럼 순하게 키우고 있지만 점점 초점이 흐려지는 눈빛을 보면 야생성을 잃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엄마는 울부짖는 늑대로 변해야 했습니다.
아침마다 들리는 엄마의 고함소리는 자장가 소리처럼 아이들의 기억에서 자연스럽게 없어졌으면 하는 또 하나의 소리가 되어갑니다.

 아이들이 집에 갇혀 있는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들여야 보는 학교생활과 세상은 간접경험들로 가득합니다. 가는 듯 가지 못하는 학교생활이 시간만 흘러보내는 것처럼 만족스럽지 못해서인지 불안한가 봅니다. 딸아이가 말합니다. "아빠, 나는 매일매일 똑같아!,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벌서 5월이야!, 어떡하지", 어떻게 답을 해주어야 할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어떡하지!, 아빠도 그래...'

 갇혀 있음으로 인해 스스로 파악하고 경험할 수 없으니 얼마나 답답할까요, 온라인 수업이 끝나면, 딸아이는 핸드폰으로 고양이와 강아지가 나오는 동영상을 즐겨 봅니다. 직접 만질 수는 없지만 화면을 통해 간접경험으로 이쁘고 귀여운 감정을 느낍니다. 지금할 수 있는건..., 그렇게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도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성장이라고 얘기해 줍니다.

 아이들의 간접경험은 태어나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린아이 때부터 책과 TV, 엄마, 아빠의 이야기 속에 나오던 동물들을 간접경험했습니다. 나중에 실제로 보게 되면 거부감보다는 반가움을 느끼고 다가가서 만져보고 손끝에서 느껴지는 직접경험의 짜릿함을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딸아이에게 말해 줍니다. "지금 처해 있는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에 따라 솔직하게 반응하고 고민하는 것이 성장하고 있다는 거야, 변한 게 없는 것 같은 상황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생각이 아닐까. 여전히,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간접경험의 얘기에만 공감하고 익숙하다면 어린아이의 틀을 깨지 못하고 아기처럼 엄마, 아빠의 몸 뒤로 계속 숨어 버릴 테니까".

"지금은 해보고 싶고, 뛰쳐나가고 싶고, 느끼고 싶고, 만지고 싶은 감정이 커가는 것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니까, 매일매일 변하는 감정의 늪에서 마음껏 허우적거려봐,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힘과 능력을 키워야 해",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성장하는 아이에 의해, 다 같이 처음 경험해보는 일로, 부모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토요일 오후입니다.

#성장 #경험 #간접경험 #감정 #커피인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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