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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골소년 May 03. 2020

하늘을 가리키는 눈


눈은 하늘을 가리키고 파란색
눈부심으로 담는다. 이제는,
하늘을 가리키는 손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아야지.

누군가 가리키는 손이 아니라
하늘을 스스로 본다.
스스로 볼 줄 알 때쯤
얼마나 오랫동안 투명한
하늘을 가둘 수 있을까.

몇 번의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처음 눈으로 들어오는 하늘에
멀리서 손짓하는 하얀 구름에
부질없는 욕심을 실어 보낸다.


하늘이 구름에 가려진 것인지
구름 뒤로 숨어버린 것인지
잿빛 구름은 눈부심을
삼키고, 투명한 하늘의 욕망을
버리게 한다.

기다린다고 애태운다고

구름은 새로운 하늘을

쉽게 허락하지 않고
점점 짙어지는 잿빛 구름은
지난날을 함부로 기억하지 않음을
다시 올 날은 함부로 오지 않음을
굵은 빗줄기로 씻어 내린다.

그리고 파란 하늘을 허락한다.
지금껏 하늘을 스스로 보지 못한
계절이 바뀔 동안, 하늘의 변화를
제대로 보지 못한, 그렇게 세월은
나의 지나침을 노렸던 것일까.
다시 눈은 하늘을 가리킨다.

#하늘 #커피인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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