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아이의 가능성을 믿지 못하는 엄마들에게
둘째와 함께 수박씨 몇 알을 화분에 심은 적이 있었다. 사실은 나는 믿지 않았다. 설마 수박 씨를 화분에 심는다고 싹이 트겠어? 밭도 아니고 화분인데,,, 믿지 않는 나를 두고 신랑은 은찬이와 함께 화분에 담겨져 있는 흙에 씨앗을 심었다. 뭔가 거창해야 할 것 같았는데 거창하지도 않았다. 그냥 흙속에 씨앗 밀어놓고 나면 끝.
'뭐야~~ 그게~~~'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런다고 싹이 나겠어. 그래 무작정 안된다고 하지 말고 호기심이라도 채워주자. 그거면 됐지 뭐.' 이렇게 간사한 마음으로 수박씨 심는 아이와 신랑을 바라보았다.
늘 타고난 그릇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나의 열등감을 상황탓, 환경탓을 하며 나는 '잘난 유전자'를 타고 나지 못해서 이모양 이꼴이라며 생각하며 살았다. 뭐든지 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뒷받침 해주는 환경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수박씨를 심으면서도 그랬다. 밭도 아닌데, 뭔가 전문적으로 심는 것도 아닌데, 싹이 자랄리가 있겠어? 믿지 못했다. 화분에 씨앗을 심으면 싹이난다는 사실을. 아니 솔직히 말하면 믿을 수 가 없었다.
그렇게 거의 싹이 나지 않을거라고 확신했던 씨앗을 심고, 가끔 아이가 물을 주자고 할 때 물을 챙겨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에게 장단을 맞춰주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어.짜.피. 안.자.랄. 건.데.솔직하게 얘기해주지 못하는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어느날 화분을 보는데 깜짝 놀랐다. 싹이... 잎이 까만 수박씨를 뚫고 나온 것이였다.
와~~~~ 정말 진심으로 놀라왔다. 작은 수박씨 하나를 흙에 박아놓듯 심기만 했는데 놀랍게도 싹이 튀어 오다니. 예전에 주말농장을 잠깐 했을 때도 미루다 미루다 다 말라비틀어져가는 고구마 모종을 심은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쑥쑥 잘자라는지. 꾸준히 물을 주지 못했고 관리 또한 제대로 해주지 못했는데 쑥쑥 잘 자라서 고구마로 수확되는 것을 보니 자연이라는게, 생명이라는게 참 위대하게 느껴졌다. (가끔씩 오는 비, 바람, 햇살이 아마도 열매를 맺게 했으리라)
'와~~ 내가 종종거리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이렇게 열매가 맺히는거구나'
아이를 키우며 늘 종종거리며, 내 탓일까, 나 때문일까봐 두려웠던 적이 참 많았는데 그 때 처음 마음으로 깨달았던 것 같다. 이렇게 애쓰지 않아도, 내가 울타리만 제대로 쳐준다면 아이는 아이의 고유의 힘으로 자라겠구나 하고. 꼭 좋은 환경이 주어져야만 쑥쑥 자랄거라고 생각했다. 모종이 좋아야 쑥쑥 바르게 자랄 거라고 생각했다. 타이밍을 놓치고 놓여 결국 시들어버린 모종을 심을 때도, '다 베렸다(망쳤다)'며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버리느니 심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심었었는데, 그 시들 시들한 모종이 결국 내게 고구마로 돌아왔을 때의 기분이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나에겐 큰 기쁨이였고 신비였고 놀라움이였다.
씨를 심으면 당연히 싹이 트고, 열매가 자란다는 사실을 믿지를 못했다.
그 당연한 인과관계가 내겐 어찌나 어려운지, 이 또한 내가 씨를 심어보고 눈으로 싹이 트는걸 직접 경험해보고서야 믿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씨앗에서 싹이 튼다는 것의 그 당연한 진리에 가슴이 설레인다.
씨를 심으면 반드시 싹이 자라길 마련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무언가 덜해준 것 같아 미안하고 불안할 때도 있고, 때론 더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안달날 때도 있지만, 나는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까지만 해 줄 뿐, 결국 크는건 아이의 몫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햇살, 바람, 비와 같은 고마운 존재가 아이 옆에 있다면, 아이는 결국 자신의 역량으로 충분히 자라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당장 싹이 나지 않아도, 아이는 아이의 속도대로 천천히 자라나고 있음을.
그리고 어제 또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자라다가 결국 열매를 맺지 못한 수박씨. 그렇게 화분을 화장실에 방치해둔 것이 한달이 넘어가는데 이제야 싹이 올라오는 수박씨 하나를 발견했다.
와.
진짜 끈질긴 생명력이다.
몇달전에 심어놓았던 수박씨가 이제서야 자라나다니!
고마워 수박씨야 :)
놀라운 생명력이고, 내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가 아니였음을 이렇게 자연에서 배운다.
이제는 열매를 한 번 맺어보자꾸나!
그리고 어제 또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자라다가 결국 열매를 맺지 못한 수박씨. 그렇게 화분을 화장실에 방치해둔 것이 한달이 넘어가는데 이제야 싹이 올라오는 수박씨 하나를 발견했다.
와.
진짜 끈질긴 생명력이다.
몇달전에 심어놓았던 수박씨가 이제서야 자라나다니!
고마워 수박씨야 :)
놀라운 생명력이고, 내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가 아니였음을 이렇게 자연에서 배운다.
이제는 열매를 한 번 맺어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