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고 바라보면 그 앞에 서있는 어린 나.
감정이 벅차오른다.
숨소리가 떨려오며, 생각이 많아지다 어느새 뿌옇게 시야를 가린다.
내 마음을 아프게 울리는 건 무엇일까?
당신의 아픈 말 한마디였을까?
아니며 나를 흘겨보는 그 눈매, 꾹 다문 입가, 어느새 우리 둘 사이에 막혀버린 대화의 문일까.
내가 당신의 곁을 떠난 건지. 당신이 내 곁을 떠난 건지.
아니면 우리는 어느 한순간도 같이 있지 않았던 것인지.
그전에는 명확히 보인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이제는 보이지 않고 그 무엇보다 흐릿해졌다.
이대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고 싸인은 내 안에서 울리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우리는 엇갈린 걸까? 아니면 등을 돌린 걸까?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결코 만날 수 없는 수평선의 길이었나.
과거를 떠올리면 한 없이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질문들
그리고 답변들에는 내가 유추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항상 그 대답들을 듣지 못했고, 질문 조차 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답변이 듣기 싫어서, 혹은 무서워서, 겁이 나서 내가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확인받는
과정이 될까 덮어두었다.
결국은 이 선택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현실로 끌어당겼던 걸까.
과거를 해소하고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라고 이야기한다.
묶이고 얽혀 있는 문제들은 실타래 끝을 잡고 따라가며 풀어가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한쪽 끝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
서로가 서로의 문제를 끝에서 차근히 풀어와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혼자가 되거나, 그 문제를 더 이상 마주하지 않기로 한 사람이 있다면,
한쪽 편에서 어떻게 그 문제와 감정들의 아픔을 해소할 수 있을까?
나는 과거를 마주하는 것에 두려움이 많이 느끼는 편이다.
감정에 예민하고, 또 그 감정에 침식당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침착함을 발휘하는 것은 어렵다.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한동안 눈물이 나면 눈물을 쏟아 낸다.
내가 처분하지 못하고 있었던 감정의 크기만큼 내 몸에도 버거움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만큼, 참아 왔던 만큼, 인식조차 하지 못할 만큼
내 마음이 다치고 아파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면 참 다행스럽게도 회복의 빛을 본 거라 할 수 있다.
내가 아픈데 아프지 않다고 세뇌하며 지내왔던 시간만큼 나의 감정의 샘은 말라가고,
눈물의 샘은 더 깊은 고랑을 파 내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물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내려간 고랑 가득 차이게 되고,
그 뚝이 넘어지는 순간은 찾아온다.
일상의 균형이 무너진 순간, 버티지 못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다.
이때는 바닥으로 쏟아져 내려가는 마음의 통증을 고스란히 격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속절없이 당해야 하는 것에서 조금 더 차분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뚝이 무너지지 않게 담겨 있는 눈물을 퍼 내는 것이 마음을 치유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된다.
가만히 내 모습을 바르게 마주하려고 노력하는 순간만으로도 눈물샘에 가득했던 눈물들은
기화가 되고, 마음의 벽은 두꺼워진다.
감정이 나를 무너뜨리기 전에 그 감정을 바라보고 같이 동행할 때 마음이란 성벽을 지켜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