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집 구하기
자 지금부터 둘러본 모든 집을 소개하겠다. 같이 살 집을 보러 다녔는데, 서로를 바라보며 이런 집에서 살 수 있는 거야? 한참 생각했다.
이건 비단 집의 노후된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높은 월세 금액, 전입신고 불가능, 숨 막히는 전망, 특이한 집주인? 등도 포함하는 이야기다.
집을 구하는 방식부터 차이가 어마무시했다. 그가 집을 구하는 방식은 나와 정반대였다. 내가 집을 구하는 방식은 이렇다. 이사를 해야 하면 일주일 전부터 집을 물색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한 달 전부터 본다고 해도 내가 입주해야 하는 시기에 그 집이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알아보는 시기에는 또 다른 집이 나온다. 특히 지방에서 집을 많이 구해본 나로서는 인터넷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 지방은 다방이나 직방 같은 어플에 생각보다 매물을 올려놓지 않는다. 그렇기에 살고 싶은 동네를 정해서 그곳의 여러 부동산에 가보는 것이 가장 정확했다. 어플에서 보지 못한 매물들이 속속히 나온다.
그는 11월부터 각종 어플을 깔고 집을 뒤지기 시작했다. 직방 다방 네이버 당근 등을 오고 가며 매물을 30여 개씩 찜을 해댔다.
오우... 나는 매일 매물을 확인하는 그를 보며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안 힘든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에게 조심스럽게 '혹시 알아보는 게 힘들지 않아?' 물어봤다.
그런데 그는 '안 힘든데? 재밌어.'
아... 나랑 정말 다른 종자가 분명하다. 그냥 그가 집을 구하는 방식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가 찜을 해놓은 매물 중에 나와 상의를 거쳐 가볼 곳을 정했다. 그렇게 집을 보러 가기로 한 날이 왔다. 아침 일찍 3시간여를 달려 이사할 도시에 도착했다.
그리하여 첫 번째 집에 도착했다. 첫 번째 집은 거의 45도의 경사에 있었다. 올라가는 내내 자동차 엔진 괜찮나? 이런 생각을 했다. 집주인은 매우 친절하게 우리를 반겨주었다. 와우 거실 전망이 매우 끝내준다. 집이 산 중턱에 있으니,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항공뷰가 아름다웠다. 게다가 정남향이라 햇볕도 기가 막히게 들었다. 그러나 크나큰 문제점이 있었다. 이 집주인은 월세를 2년 계약하기를 원했고, 인테리어 가구 그 어떤 것도 건들지 않기를 원했다. 그러니까 옷가지 몇 벌만 가지고 와서 몸만 살라고 했다. 작은 방에는 아기침대가 있었고, 안방에는 흑표돌침대가, 거실에는 시뻘건 꽃무늬 의자가 반겨주었다. 책장에는 종교책이 수두룩했으며 바닥에는 낡은 매트가 깔려있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AirBandB 숙소를 운영하던 곳인데 이제는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세를 놓는 것이었다. 집주인은 작은 방은 어차피 애기 없으면 안 쓰면 되지 않냐고 했다. 내 돈 주고 방을 쓸 수 없다니... 세상에 그 집에서 우리 라이프스타일을 전혀 누릴 수 없겠다는 판단을 했고 정중히 돌아 나왔다.
두 번째 집은 다른 동네로 갔다. 벌써 동네의 냄새가 달랐다. 이 동네는 신도시답게 전부 새 건물과 도로가 넓게 정비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끌리는 부동산에 들어가 그가 찜해둔 매물을 요청했다. 신축 오피스텔이었는데, 냉장고가 양문형이 있고 건조기까지 있는 정말 맥스 풀 옵션이었다. 게다가 우리가 첫 입주하는 방이었다. 평수는 작았으나 알차게 공간을 구획해 놨다. 문제는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턱 막히는 전망이었다. 뭔가 바닥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맥스 옵션인 만큼 월세가 상당했다. 게다가 관리비도 30평대 아파트만큼 나오는 곳이었다. 우리의 예산에서 벗어난 곳이다.
결국 다른 부동산에 가서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이야기했다. 월세 금액 대 , 남향, 풀옵션, 전망, 신축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이 부동산에서도 두 번째 집과 같은 오피스텔에 다른 호수를 데려갔다. 세상에 여기는 복층구조가 아니겠는가. 전보다 전망이 좋았고, 구조도 더 트여있었다. 거실이 넓어 보였고, 안방은 발코니가 있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투룸의 정체는 바로 복층 계단 위에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니 다락방 공간이 나오고 앞에 큰 테라스가 있었다. 테라스에서 바비큐를 하든 캠핑을 하든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야외공간이 있었다. 아... 핵인싸가 여기서 살면 매일 파티를 열며 즐겁게 살 수 있겠다. 벗... 우리는 핵 인싸가 아니었고 둘이 편안하게 살 집이 필요했다. 더구나 그는 복층에서 살아봤기에 복층이 얼마나 단열이 안되는지 알고 있었다. 춥다. 아니 그냥 춥다. 층고가 높아 좋겠지만 복층의 바닥에는 온돌 들어오지 않기에 발바닥이 시리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는 복층은 우리 나이에 적합하지 않다. 30대인 지금 우리는 이제 안다. 허리를 몇 번만 숙여도 뻐근해지는 내 몸뚱이를.... 복층은 과감히 패스하기로한다.
결국 우리는 그 윗동네에 집을 찾으러 갔다. 찾아간 부동산에는 굉장히 친절한 노부부 중개사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안 그래도 딱 신혼부부를 원하는 집이 있다면서 보여주겠다고 했다. 놀랍게도 상담한 부동산 건물 위로 올라갔다. 그렇다. 노부부 중개사의 건물이었다. 노부부는 부동산을 하면서 자신들의 건물에 세를 놓는 건물주였다. 친절한 그들과는 달리 집의 상태는 친절하지 못했다. 천장에서는 비가 세는지 벽지가 얼룩덜룩했으며, 집 안 가구들은 죽여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게다가 월세는 그전에 봤던 신축과 큰 차이가 없었다. 관리비는 3만 원만 받겠다며 엄청난 호의를 보이는 노부부중개사에게 우리는 웃으면서 조용히 나왔다.
이젠 다른 오피스텔을 타깃으로 옆동네로 이동했다. 찾아간 부동산에서는 우리가 보고 싶은 오피스텔을 보여줬다. 들어가니 전보다 전망이 좋고 거실이 더 확 넓어진 느낌이었다. 거실 전망은 잡초와 덩굴이 무성한 언덕이 보였다. 자연자연한 곳이었다. 안방도 넓고 수납공간도 충분했다. 게다가 화장실이 두 개라 끌렸다. 사람이 살다 나간 흔적이 보였고, 그럼에도 꽤나 깨끗했다. 월세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였고 여러 가지로 괜찮았다. 그러나 이 집의 문제는 북서향이었고... 거실 발코니가 없어 문을 여니 차 소리가 심각하게 들렸다. 빨래를 말릴 공간이 거실 한가운데였고, 문을 열어야 했다. 작은 방은 창이 없어 거의 어둠의 공간 같았다. 불을 켜도 뭔가 어둠 침침하고 답답했다. 북향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땡이었다.
이 오피스텔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우리는 다른 집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중개사는 동향집을 보여줬다. 세상에 정말 특이한 집구조였다 다이아몬드 집을 본 적 있는가? 정말 신기했다. 중개사는 '뭐 잘 꾸며놓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하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우리는 연신 '와.... 이 공간을 대체 어떻게 활용해야 하지?' 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안방은 퀸사이즈 침대가 절대 들어가지 않는 비정형의 공간이었고, 작은방의 구조는 더 심각했다. 거실이 다이아몬드 모양이고 중앙에 화장실, 양쪽에 방이 보이는 구조였다. 특이한 구조 덕에 안방 화장실 작은방까지 한눈에 보이는데 가히 놀라웠다. 우리는 이건 안 될 것 같아요 하하하하면서 나왔다.
그 뒤로도 다른 부동산을 더 갔다. 신기한 집을 많이 보았다. 호텔을 분양받은 한 개인은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여 세입자를 구했다. 호텔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신기했다. 호텔이기 때문에 필요한 침구는 다 있었고, 복층에도 침구가 있었다. 테라스에 나가니 뷰가 정말 좋았다. 밤에 갔는데 이 정도라면 낮에는 참으로 좋았겠다. 그러나 요리를 해 먹는 우리로서는 주방이 너무 좁았고, 복층은 당연 탈락이다.
또 다른 집은 원룸 형태에 복층이었다. 여기도 오피스텔로 매매하여 숙소로 사용한 집 같았다. 집주인의 취향을 알 수 있는 인테리어였다. 유럽과 중동을 오가는 그 어딘가의 오묘한 집이었다. 복층은 허리를 접고도 무릎을 꿇고 기어가야 하는 구조였다. 말 그대로 보여주기식 복층이었다. 거실 뷰는 요트 선착장이 보였기 때문에 숙소로 하루정도 머물렀다면 참으로 낭만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참, 이러한 오피스텔은 전입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매우 많다. 집주인은 업무용 오피스텔로 매매를 하여 세금을 면제받았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는 순간 주거용으로 변경해야 하고 면제받았던 세금을 다시 내야 한다. 플러스 주택으로 잡히니 다주택자로 세금이 더 붙는다. 그러니 임대인은 오피스텔의 전입신고를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전입신고를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 편에 꼼꼼히 알려주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한참을 이런 집에서 살 수 있는지 고민했다. 역시 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은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