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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거주 대식세포

우리 몸의 ‘보이지 않는 운영팀’ 이야기

by 두드림


조직 거주 대식세포(Tissue-Resident Macrophages)


우리 몸의 ‘보이지 않는 운영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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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몸속의 면역세포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집어삼키는 청소부 같은 모습일 겁니다. 하지만 대식세포(Macrophages), 특히 조직 거주 대식세포(Tissue-Resident Macrophages)는 그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들은 마치 건물 구석구석을 관리하는 ‘운영팀(Operations Team)’과도 같습니다. 누군가 쓰레기를 치워주지 않으면 건물이 곧 어지러워지고, 전기와 수도가 점검되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해지듯, 대식세포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몸의 질서와 리듬을 유지합니다.


뇌 속 전기 배선을 정리하는 전기기사 – 신경계(Nervous System)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거대한 네트워크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하게 짜여 있는 것은 아니죠. 이때 미세아교세포(Microglia)라는 대식세포가 전기기사처럼 나섭니다.


필요 없는 선(시냅스)을 잘라내고(Neuronal Pruning),

중요한 연결은 남겨 기억(Memory)과 학습(Learning)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돕습니다.


수면 중에 뇌가 ‘정리정돈’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바로 미세아교세포가 그 배경에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의 감정(Emotion)정신건강(Mental Health)에도 이들의 균형이 큰 영향을 줍니다. 우울(Depression)이나 불안(Anxiety)이 단순한 마음의 문제만이 아니라, 신경 면역 균형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사실, 놀랍지 않나요?


호르몬 오케스트라의 조율자 – 내분비계(Endocrine System)


내분비계는 마치 오케스트라 같습니다. 각 기관이 저마다의 악기를 연주하며 호르몬이라는 멜로디를 만들어내죠. 그런데 그 멜로디가 삐걱거리지 않도록 뒤에서 맞춰주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대식세포입니다.


췌장섬에서 혈당(Blood Sugar)을 조율하고,

임신 중에는 자궁혈관을 새롭게 재편성(Vascular Adaptation)하며,

분만(Parturition) 시에는 자궁근의 수축 리듬을 맞추고,

모유 수유(Milk Production) 때는 유선이 막히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대식세포는 이렇듯 호르몬 교향곡의 보이지 않는 지휘자입니다.


심장의 리듬을 관리하는 전기·환경 관리팀 – 순환계(Circulatory System)


심장은 일종의 거대한 펌프이자 전기 시스템입니다. 여기에 대식세포는 무대 뒤에서 심장의 박동을 지키는 ‘전기·환경 관리팀’입니다.


방실결절(AV Node)에서 전기 신호가 끊기지 않도록 심장 전도(Cardio Conduction)를 보조하고,

심근세포가 버린 낡은 배터리 같은 미토콘드리아(Exophers)를 회수해 에너지 품질을 관리합니다.

또한 혈관주위에서는 염분과 혈류를 감지해 혈압(Blood Pressure)을 조정하고,

간과 비장에서는 미세혈전을 제거해 혈액의 흐름을 맑게 유지합니다.


이 덕분에 우리는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않고 매일 수십만 번의 심장 박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피 공장의 품질검사관 – 조혈계(Hematopoietic System)


골수는 피를 만드는 공장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산 라인이 있어도 품질 관리가 없다면 불량품이 쏟아지겠죠. 이때 대식세포는 품질검사관(Quality Controller)처럼 움직입니다.


손상되거나 불량한 줄기세포(HSCs)는 솎아내고,

필요할 때는 백혈구 생산을 촉진하며,

뇌와 눈, 고환 같은 ‘면역 특구(Immune Privileged Sites)’에서는 과도한 반응을 차단합니다.


결국 우리의 피가 안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유는, 대식세포가 공장을 매일매일 점검하기 때문입니다.


뼈와 근육을 수리하는 건축기사 – 근골격계(Musculoskeletal System)


뼈는 살아 있는 조직입니다. 매일 깎이고 다시 채워지죠. 이 과정에서 파골세포(Osteoclast, 대식세포 계열)가 뼈를 깎으면, 골아세포(Osteoblast)가 새로 메꿉니다. 마치 건물의 철거와 재건축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근육에서는 대식세포가 손상된 근섬유를 청소하고, 위성세포(Satellite Cell)를 활성화해 새 근육이 자라도록 돕습니다. 근육이 손상될 때 단순히 아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에너지 흐름의 숨은 관리자 – 대사계(Metabolic System)


대사계는 우리가 먹은 음식이 에너지로 바뀌고, 필요 없는 성분이 배출되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대식세포는 이 시스템에서 마치 ‘보이지 않는 관리자’ 역할을 합니다.


간과 지방조직에서 지방 대사(Lipid Metabolism)를 조율하고,

소장에서 영양소 감지(Nutrient Sensing)에 따른 반응을 조정하며,

장근육에서는 신경과 대화해 장운동(Peristalsis)의 리듬을 유지합니다.

비장과 간에서는 노쇠한 적혈구에서 철(Iron)을 회수해 다시 조혈에 쓰고,

간 손상 시에는 재생(Liver Regeneration)을 돕습니다.

또한 갈색지방에서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열발생(Thermogenesis)을 지원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에너지를 얻고, 체온을 유지하는 과정 뒤에는 늘 대식세포가 있습니다.


청소–신호–재생, 그 단순하면서도 위대한 3박자


이 모든 복잡한 이야기는 사실 단순한 세 가지 동사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청소(Cleaning):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합니다.

신호(Signaling): 주변 세포와 대화하며 상황을 조율합니다.

재생(Repair): 손상된 조직이 회복되도록 돕습니다.


이 3박자가 각 장기의 환경과 만나면서, 뇌에서는 ‘회로 정리자’, 심장에서는 ‘리듬 관리자’, 뼈에서는 ‘건축기사’, 간에서는 ‘재생 지원자’로 변주되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대식세포(Macrophages)는 단순히 전쟁터에서 세균과 싸우는 병사가 아닙니다. Tissue-Resident Macrophages는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동안, 몸 구석구석에서 묵묵히 시스템을 관리하는 보이지 않는 운영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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