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경계를 세운다는 것

존중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법

by 두드림


직장에서 경계를 세운다는 것 – 존중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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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장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그만큼 직장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일하는 곳’을 넘어, 인간관계·정서·삶의 균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공간에서 자신을 지키는 경계를 세우지 못해 지치고, 때로는 관계가 틀어지거나 번아웃에 빠지곤 합니다.


오늘은 하버드 연구와 심리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직장에서 건강한 경계를 세우는 방법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단순히 “No”라고 말하는 차원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나를 지키는 전략입니다.


1. 왜 직장에서 경계가 필요한가?


혹시 이런 경험을 해보신 적 있나요?


여러 동료와 상사가 동시에 요청을 해와,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순간.

쉬어야 할 때조차 휴가를 요청하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지는 상황.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무너져, 퇴근 후에도 이메일과 메시지에 시달리는 밤.

중요한 관계(가족·연인·친구)에서 “너는 왜 항상 일이 먼저야?“라는 말을 듣는 경험.

몸과 마음이 지쳐 더 이상 집중할 수 없는 번아웃 상태.


이 다섯 가지가 바로 “경계를 세워야 한다”는 경고 신호입니다. 직장에서의 경계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삶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기본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경계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계”라고 하면 단순히 ‘시간 관리’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다양한 층위가 있습니다. 학자들은 이를 7가지로 나눕니다.


물리적 경계(Physical): 내 개인 공간, 프라이버시, 그리고 신체적 자율성을 존중받는 것. 예컨대, 내 책상 위 물건을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이는 물리적 경계의 문제입니다.

정서적 경계(Emotional): 감정적으로 어디까지 열려 있을 것인지, 감정 반응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나는 네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지만, 지금은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깊은 대화를 할 수 없다”라는 태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시간 경계(Time): 나의 시간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어떤 약속에 얼마만큼 헌신할 것인지. 회의가 매번 연장되며 내 업무 시간이 침해된다면, 이는 시간 경계가 무너진 것입니다.

지적 경계(Intellectual): 나의 생각·신념·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존중받는 것. 회의에서 내 의견이 반복적으로 무시되거나 조롱당한다면 이는 지적 경계의 침해입니다.

물질적 경계(Material): 나의 소유물과 재정에 대한 결정권. “개인적으로 사용해야 할 장비나 돈을 회사 업무에 무조건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경계 설정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경계(Social): 내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와 그렇지 않은 주제. 직장에서 종교나 정치적 신념을 강제로 공유해야 한다면 사회적 경계가 흔들린 상황입니다.

에너지 경계(Energy): 내가 가진 체력과 정신적 자원을 관리하는 것. 모든 요청에 응하다가 정작 내 업무를 할 에너지가 남지 않는다면 에너지 경계가 사라진 것입니다.



3. 경계를 세우는 4단계 과정


경계를 세운다는 것은 단호하게 선을 긋는 행위라기보다, 명확한 자기 이해와 꾸준한 실천의 과정입니다.


경계 파악하기 스스로를 성찰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관계의 깊이·시간적 여유를 분명히 이해합니다.

명확히 전달하기 동료와 상사에게 내 경계를 분명히 설명합니다. 단, 공격적이기보다는 정중하고 확신에 찬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초기에 합의하기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기대치를 미리 조율하면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점검하기 상황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한 번 세운 경계가 절대적일 수는 없습니다. 필요하면 다시 조율하고 재설정해야 합니다.



4. 하버드가 제안하는 7가지 실전 팁


하버드는 연구를 통해, 직장에서 경계를 실질적으로 세울 수 있는 7가지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단순한 원칙이 아니라, 구체적인 문장 예시까지 곁들여 실제 업무 상황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팁들입니다.


처음부터 명확히 합의하라 → “저는 11시 30분에 회의실을 나가야 합니다. 오후에 후속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전문성을 언급하라 → “이런 프로젝트를 관리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도울 수는 있지만, 제 현재 업무 재조정이 필요합니다.”

도전을 예상하라 → “이번에는 제가 돕겠지만, 다음에는 다른 분이 맡도록 조율해야 합니다.”

질문하라 → “이 요청의 전략적 목표와 기대 결과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No’라는 단어를 직접 쓰지 말라 → “6개월 안에는 어렵지만, 그 이후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거절할 때 장황하지 말라 → “가족 일정이 있어 이번 토요일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위기 이후에는 반드시 경계를 재정립하라 → “이번 주는 긴급 상황이니 대응하겠지만, 다음 주부터는 정상 근무 체계로 복귀합시다.”



5. 경계는 ‘벽’이 아니라 ‘다리’다


많은 사람들이 경계를 세우는 일을 “거절”이나 “차단”으로 오해합니다. 그러나 건강한 경계는 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리를 놓는 행위입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명확히 알리고 조율함으로써 상대방은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관계는 오히려 단단해집니다.


즉, 경계는 이기적인 선택이 아니라 존중을 기반으로 한 소통의 도구입니다.


맺으며


직장에서 경계를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한국 직장 문화처럼 ‘팀워크’와 ‘헌신’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경계가 없으면 결국 나도, 동료도, 회사도 손해를 보게 됩니다.


경계를 세우는 것은 나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자,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는 방법이며, 결과적으로는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오늘부터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해보면 어떨까요?

“오늘은 저녁 7시 이후에는 메신저를 확인하지 않겠습니다.”

“이번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해서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이 작은 문장이, 내 삶의 균형을 되찾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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