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커뮤니티는 잠시 반짝하다 사라지고, 또 어떤 커뮤니티는 조용히 성장하면서 오랫동안 힘을 발휘합니다. 그 차이는 어디서 비롯될까요? 제 경험상, 리더가 자신을 어떻게 자리매김하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많은 커뮤니티가 특정 리더의 매력과 추진력 덕분에 빠르게 성장합니다. 이런 리더는 사람을 모으는 데 탁월하고, 마치 무대의 주인공처럼 커뮤니티를 빛나게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리더가 성과와 활동의 중심을 “우리”가 아니라“나”로 표현하는 순간, 구성원들은 서서히 유아감을 느낍니다. “이 공동체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을 위한 무대구나.” 이런 느낌이 쌓이면 참여 동기가 무너지고, 결국 커뮤니티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는 성경 속 모세의 이야기와도 닮아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처럼 말했을 때 그는 벌을 받았습니다. 리더십이란 결국 공동체의 성과를 자기 것으로 독점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교훈이죠.
“사라지는 리더십”은 표준화된 영어 개념은 아니지만, 여러 사상과 리더십 이론에서 그 철학을 찾을 수 있습니다.
Invisible Leadership: 매리 파커 폴릿은 “리더와 팔로워는 보이지 않는 리더, 곧 공동의 목적을 따른다”고 말했습니다. 리더 개인이 아니라 공동 목표가 주인공이 되는 구조입니다.
Leading from behind: 넬슨 만델라는 목자의 비유를 들며, “양들이 앞서 나아가도록 두되, 위험할 때는 리더가 앞에 선다”고 했습니다. 즉 공은 공동체에 돌리고, 책임은 자신이 지는 태도입니다.
Servant Leadership: 로버트 그린리프는 “섬기는 리더”를 강조했습니다. 리더의 역할은 스스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성장하고 성과를 내도록 토양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죠.
Level-5 / Humble Leadership: 짐 콜린스와 에드거 샤인은 겸손과 강한 의지를 동시에 가진 리더를 ‘성숙한 리더’라 정의했습니다. 리더가 사라진 듯 배경으로 물러나야 팀이 오히려 더 빛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보면, “사라지는 리더십”은 단순히 존재감이 없는 리더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자신을 배경으로 물러나게 하는 리더십입니다.
공동의 목적을 전면에 세운다: 회의와 활동의 중심을 ‘내 의견’이 아니라 ‘우리의 목표’에 두는 것.
공로를 분산시킨다: 성과는 멤버들에게 귀속시키고, 리더는 조력자로 남는다.
위기에는 전면에 선다: 평소에는 뒤에서 이끌지만, 문제가 생기면 가장 앞에서 책임진다.
승계와 다중 리더십을 설계한다: 개인 의존도를 줄이고,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눌 수 있게 한다.
서비스형 운영: 리더의 성과 지표는 ‘내가 한 발표 수’가 아니라 ‘신규 발표자 수, 멤버 간 연결 수’여야 한다.
결국 커뮤니티가 오래 지속되려면 스타형 리더십에서 사라지는 리더십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스타형 커뮤니티는 화려하지만 짧습니다.
사라지는 리더십을 가진 커뮤니티는 더디지만 오래갑니다.
리더는 무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조명과 무대를 준비하는 무대 감독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멤버들이 무대에 오르고, 그 무대가 공동체의 자산으로 남습니다.
커뮤니티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입니다. 리더가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면 연결은 약해지고, 리더가 사라지는 듯 뒤로 물러나면 연결은 오히려 강해집니다.
사라지는 리더십은 리더가 없는 공동체를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강한 공동체를 위해, 리더가 스스로 ‘덜 드러나는 역할’을 선택하는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