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 스케일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창업자를 만나면 우리는 늘 “당신의 비즈니스는 확장 가능합니까?”라고 묻는다. 투자자들도 똑같이 묻는다. “이 팀은 스케일업(Scale-up)할 수 있는가?” 그런데 정작 우리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져본 적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스스로 스케일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많은 액셀러레이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1년에 몇 번, 몇 개 팀을 선발해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마지막에는 데모데이를 연다.
이 프로세스를 반복하면 마치 본분을 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스타트업이 소규모 매출만 내며 “우리는 괜찮다”고 자위하는 것과 같다. 스케일업을 고민하지 않는 스타트업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듯, 스케일업을 고민하지 않는 액셀러레이터도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여기서 말하는 스케일업은 단순히 프로그램 수를 늘리거나, 선발 팀 수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진짜 스케일업은 “가치 창출 구조를 한 단계 더 키우는 것”이다.
초기에는 단순히 교육 중심이었다면, 스케일업은 실제 산업과 연결되는 PoC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초기에는 정부 과제에 의존했다면, 스케일업은 자체 펀드를 조성해 투자·회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초기에는 한 지역에서만 활동했다면, 스케일업은 해외 스타트업이나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것이다.
스케일업은 단순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질적 진화를 의미한다.
나는 액셀러레이터가 스스로 스케일업하려면 네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현 가능한 모델
스타트업이 PMF(Product-Market Fit)를 찾듯, 액셀러레이터도 “프로그램-Market Fit”을 찾아야 한다. 즉, 어떤 방식이 창업자에게 확실히 효과적인지를 증명하고, 그것을 재현 가능한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
자본 구조의 확장
지원금이나 일회성 예산에 머무르지 않고, 펀드 조성, 기업 파트너십, 유료 서비스 등 자본 구조를 다각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네트워크의 확장
창업자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는 국내 몇몇 멘토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 산업 고객, 전략적 투자자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조직 역량의 성장
소규모 운영팀에서 벗어나, 투자·교육·산업 연계·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역량을 갖춘 팀으로 성장해야 한다.
Y Combinator는 처음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 스타트업을 받아들이고, 온라인 지원 구조를 만들며, 단일 프로그램을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확장했다.
Techstars는 특정 도시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 수십 개 도시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다. 각 지역마다 현지 기업과 협력해 지역 특화형 스케일업 모델을 만들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처음부터 글로벌을 꿈꿨다.” 그리고 그 꿈을 실행할 구조를 하나씩 쌓아올렸다.
나는 이 질문 앞에서 늘 머뭇거린다.
“우리는 지금 스케일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의 프로그램은 재현 가능한 모델인가, 아니면 매번 즉흥적 운영인가?
우리의 자본 구조는 다각화되어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정부 지원금에 기대고 있는가?
우리의 네트워크는 글로벌로 뻗어 있는가, 아니면 국내 소수 멘토에 한정되어 있는가?
우리의 조직은 창업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 아니면 소수의 운영자에 머물러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 곧 시작이라고 믿는다.
나는 완벽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몇 가지 작은 시도를 하고 있다.
프로그램 모델링: 가장 효과적인 요소를 찾아내고, 매뉴얼화해 재현 가능한 구조를 만들려 한다.
기업 파트너십: 특정 산업군의 기업과 협력해 PoC 기회를 열어주고, 그 과정에서 안정적 자원을 확보하려 한다.
국제 교류: 해외 액셀러레이터와 교류를 시도하며, 글로벌 스타트업과의 연결점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작은 시도들이 쌓여 언젠가 더 큰 스케일업의 토대가 되리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스스로 스케일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창업자에게 확장을 요구하면서, 나는 확장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창업가로서의 액셀러레이터가 될 수 있다.
스케일업을 준비하지 않는 액셀러레이터는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확장의 길을 묻고 답하는 액셀러레이터는, 작은 시작에서 더 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