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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러레이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7회차

우리가 배운 것을 어떻게 환원하고 있는가?

by 두드림

우리가 배운 것을 어떻게 환원하고 있는가?


액셀러레이터의 일상은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이다.


매일 창업자와 만나고, 멘토와 대화하고, 시장의 변화를 목격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누구보다 빠르게 생태계의 진화를 관찰하고, 그 속에서 값진 교훈을 얻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우리가 배운 것을 어떻게 환원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배움은 사적 경험으로만 머물고 만다.
그것은 결국 사라지고, 축적되지 않고, 다음 세대의 창업자들에게도 전달되지 않는다.


액셀러레이터는 지식 생산자인가, 소비자인가?


많은 액셀러레이터가 여전히 지식 소비자에 머문다.
다른 액셀러레이터의 프로그램을 따라 하거나, 해외 유명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 복제한다.
표면적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창업자에게 맞춤형 가치를 주지 못한다.


진짜 차이는 여기서 갈린다.

지식 소비자는 남이 만든 방식을 그대로 사용한다.

지식 생산자는 경험을 기록하고,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내며, 그것을 공유한다.


나는 액셀러레이터가 생태계 속에서 지식 생산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단순한 ‘지원 사업 대행자’에 불과하다.


배움을 환원하는 세 가지 방법

나는 우리가 배운 것을 환원하는 방식에는 세 가지 층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자에게 환원하기 프로그램이 끝나면, 성과와 실패를 정리해 창업자들과 공유한다. 개별 팀의 경험이 다른 팀의 자산이 되도록 한다. 예: 한 팀이 고객 인터뷰에 실패한 과정을 분석해 다른 팀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한다.

생태계에 환원하기 백서, 보고서, 케이스 스터디를 발간한다.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열어 배운 내용을 공유한다. 단순히 성공 사례만이 아니라 실패 사례까지 공개할 수 있어야 진짜 가치가 있다.

사회에 환원하기 창업을 꿈꾸는 청년, 아직 도전하지 않은 잠재 창업자들에게도 우리의 경험을 전달한다. 교육 콘텐츠, 오픈된 자료, 브런치 같은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배울 수 있도록 한다.


해외 사례 – 공유가 곧 성장


Y Combinator는 단순히 프로그램만 운영하지 않는다.

‘Startup School’이라는 무료 온라인 교육을 열어 전 세계 창업자들에게 노하우를 공개했다.
이것은 YC만의 독점적 지식을 오히려 개방한 것이지만, 그 결과 전 세계의 창업자들이 YC를 신뢰하게 되었고, 더 많은 스타트업이 지원하게 되었다.


Techstars도 마찬가지다.
매년 운영 보고서를 발간해 자신들의 성과뿐 아니라 실패와 도전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이것이 신뢰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다시 새로운 기회를 불러온다.

공유와 환원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스스로의 브랜드를 키우는 전략이기도 하다.


환원을 가로막는 두 가지 유혹


그러나 우리는 종종 두 가지 유혹에 빠진다.


첫째, 정보 독점의 유혹.
“이건 우리가 힘들게 배운 노하우니까, 외부에 공개하지 말자.”
단기적으로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태계의 신뢰를 잃는다.


둘째, 성과 포장만의 유혹.
“실패는 숨기고, 성공만 부각하자.”
그러나 창업자들은 실패에서 더 많이 배운다. 실패를 숨기는 순간, 진짜 배움은 사라진다.


나의 성찰 – 나는 얼마나 환원하고 있는가?


나는 이 질문 앞에서 늘 부끄럽다.
우리 팀이 배운 것을 충분히 기록하고 공유하고 있는가?
창업자의 성장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다음 세대 창업자에게 전달하고 있는가?
아니면 매번 경험을 쌓으면서도, 그것을 내부에서만 소비하고 사라지게 하고 있는가?

내가 솔직히 인정하건대,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 곧 변화의 시작이다.


환원을 위한 작은 실천


그래서 나는 몇 가지 작은 실천을 하려 한다.

케이스 노트 작성: 창업자와의 경험을 케이스 노트로 기록해 내부 아카이브를 만든다.

피드백 세션 공개: 프로그램 종료 후 피드백을 창업자들과 공유해 서로 배우도록 한다.

브런치 기록: 이렇게 글을 통해 나의 고민과 교훈을 생태계에 공개한다.


이 작은 시도들이 언젠가 큰 환원의 흐름이 되리라 믿는다.


나 자신에게 던지는 최종 질문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우리가 배운 것을 어떻게 환원하고 있는가?”
“나는 지식 소비자인가, 아니면 생산자인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액셀러레이터는 단순히 지원자가 아니라 생태계의 지식 생산자로 설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생태계에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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