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액셀러레이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연재를 마무리하며

숫자가 아니라 본질이 우리를 남긴다

by 두드림

숫자가 아니라 본질이 우리를 남긴다


이 연재를 시작하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500개가 넘는 액셀러레이터 시대, 나는 어떤 액셀러레이터로 남을 수 있을까?

그 물음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모든 액셀러레이터가 살아남을 수는 없다는 현실,

그리고 지원금과 CSR 예산에 기대어 생존하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나 자신이 과연 본질에 충실한가에 대한 자성적 질문이었다.


일곱 가지 질문, 그리고 그 답


나는 일곱 가지 질문을 따라가며, 액셀러레이터라는 일을 다시 바라보았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 결국 창업자다. 다른 이해관계자가 있더라도, 창업자가 중심이 되지 않으면 모두가 무너진다.

우리가 주는 가치는 무엇인가?
→ 멘토링이나 교육이 아니라, 창업자가 변곡점을 통과하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의 수익 모델은 건전한가?
→ 지원금과 CSR은 마중물일 뿐, 자생적 모델 없이는 설 수 없다.

우리 팀은 창업가적 조직인가?
→ 단순 운영자가 아니라, 실험하고 배우며 실패를 자산으로 삼는 창업가와 같은 조직이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가?
→ 창업자에게 실험을 요구하면서, 우리는 기존 방식을 답습하고 있지 않은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스케일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단순히 팀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가치 창출 구조를 한 단계 더 키우는 질적 확장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배운 것을 어떻게 환원하고 있는가?
→ 지식 소비자가 아니라 지식 생산자로, 생태계 전체에 배움을 나누어야 한다.


이 질문들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내가 매일 직면해야 하는 시험대였다.
그리고 동시에, 이 길을 걷는 모든 액셀러레이터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사라지는 다수와 남는 소수


나는 여전히 믿고 있다.


500개의 액셀러레이터가 모두 살아남을 수는 없다.

그러나 숫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창업자에게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하는 액셀러레이터만이 남을 것이다.

숫자는 늘어나도, 본질은 소수만이 붙든다.
그 소수야말로 생태계를 지탱하는 뿌리가 된다.


다시, 나 자신에게


이 연재는 결국 나 자신에게 던진 질문의 기록이었다.

나는 완벽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답을 갖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지금 누구를 고객으로 삼고 있는가?”
“나는 창업자에게 어떤 변곡점을 만들어주고 있는가?”
“만약 내일 지원금이 끊긴다면 나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우리 팀은 창업가적 조직인가?”
“나는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가?”
“나는 확장의 길을 준비하고 있는가?”
“우리가 배운 것을 어떻게 환원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나를 불편하게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결론 – 본질이 우리를 남긴다


액셀러레이터는 제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보고서 속 숫자로 평가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누구에게 어떤 본질적 가치를 남겼는지가 곧 우리의 존재 이유다.


나는 작은 액셀러레이터의 대표로서 이 질문들을 품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질문들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나는 비로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숫자가 아니라, 본질로 남은 액셀러레이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액셀러레이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7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