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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요청과 지시, 소통의 기술이 결과를 바꾼다

by 두드림

회사에서 가장 자주 오가는 대화 중 하나는 “이 일 좀 해주세요”라는 말이다. 상사로부터 지시를 받을 때도, 동료에게 부탁을 할 때도, 심지어 고객으로부터 요구사항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단순한 순간의 소통이 결과를 크게 바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청이나 지시가 모호하면 불필요한 오해와 재작업이 생기고, 신뢰가 무너진다. 반대로 명확하고 세심한 커뮤니케이션은 협업의 속도를 높이고 성과를 키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요청을 받고, 어떻게 요청해야 할까? 여기에는 분명한 절차와 기법이 있다. 단순한 기술을 넘어 소통의 습관으로 자리 잡을 때, 업무 효율과 신뢰가 함께 쌓인다.


1. 요청을 받을 때 – 듣고, 요약하고, 확인하기


업무 지시를 받는 순간, 메모만 하고 넘어가면 나중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긴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말한 핵심을 내가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경청(Active Listening):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다.

요약하기(Paraphrasing): “말씀해주신 핵심은 △△이고, 제가 해야 할 일은 ○○ 맞습니까?”라고 되묻는다.

명확화(Clarification): “언제까지 필요한가요?”, “다른 업무보다 우선순위가 높은가요?” 같은 질문으로 모호성을 제거한다.


이 단계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뒤늦게 “그게 아니었다”라는 말이 따라온다. 결국 다시 손을 대야 하고, 신뢰는 떨어진다.


2. 요청을 해석할 때 – 구조화와 목표 설정


요청을 받은 뒤에는 머릿속에서 구조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보고서 작성”이 아니라, 누가·무엇을·언제까지·왜·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5W1H: Who, What, Why, When, Where, How.

SMART 기법: Specific, Measurable, Achievable, Relevant, Time-bound.


예를 들어 “고객 피드백을 정리해 주세요”라는 요청은 이렇게 바뀐다.
→ “이번 주 금요일까지, A고객군 피드백을 3페이지 분량의 PPT로 요약해 경영회의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작성한다.”


단순한 말 한 줄이, 구조화되면 훨씬 명확한 과제가 된다.


3. 합의와 재확인 – Expectation Alignment


모든 요청은 결국 기대치 정렬의 문제다. 나의 이해와 요청자의 의도가 같아야 한다.


“제가 이렇게 진행하면 될까요?”라는 피드백 Loop

여러 업무가 겹칠 때 “이번 업무는 어떤 걸 우선해야 할까요?”라는 우선순위 협상

“PPT로 드리면 될까요, 아니면 구두 보고를 원하시나요?”라는 결과물 형식 합의


삼성전자 DS부문이 강조하는 **Crystal Clear 원칙(5W1H+1S)**도 결국은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엇을 언제까지 어느 수준(Standard)으로 하라는 합의가 있어야, 나중에 “이 정도면 충분한 줄 알았다”라는 오해가 사라진다.


4. 실행과 중간보고 – 투명성이 곧 신뢰


업무는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중간보고는 필수다.


Check-in 보고: “진행률 50%입니다. 현재까지 나온 결과는 △△이고,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슈 사전 보고: “현재 이런 리스크가 있는데 해결책을 이렇게 고민 중입니다.”


티스토리 글 「중간보고! 왜? 어떻게?」는 이를 “상사의 숙제검사”가 아니라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한 대화라고 정의한다. 문제를 키우기 전에 해결할 기회를 주는, 가장 중요한 협업 장치다.


5. 결과를 전달할 때 – 완결성과 맥락


결과물 전달은 단순히 파일을 넘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요약 보고: “요청 주신 목적(Why)에 맞춰 이런 방식으로 처리했습니다. 기대되는 효과는 ○○입니다.”

후속 제안: “향후에는 데이터를 분기별로 누적하면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이 한마디가 단순한 보고자를 문제 해결 파트너로 바꿔준다.


6. 관계 관리 – 신뢰는 작은 습관에서


업무 요청과 지시는 끝났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결과가 남고, 인상도 남는다.

피드백 요청: “이번 방식이 괜찮으셨나요? 다음에는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을까요?”

기록 남기기: 요청사항, 진행 상황, 산출물을 간단히 기록해 두면 “말이 달라졌다”는 오해를 예방할 수 있다.

협업툴 잔디(JANDI)의 블로그는 이를 KPI, Action, R&R, Due date 네 가지로 정리한다.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명확히 남겨두는 것만으로도, 신뢰는 크게 높아진다.


결국 소통은 성과다.


업무 요청과 지시는 누구나 매일 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가장 자주 갈등이 생기는 지점이기도 하다. “말을 잘했다”는 것은 단순히 예쁘게 표현했다는 뜻이 아니다. 상대가 정확히 이해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뜻이다.


결국 소통은 성과다. 업무 요청과 지시의 순간을 소홀히 하지 말자. 요청을 받을 때는 듣고 확인하고 구조화하고, 요청을 할 때는 결론과 목적을 분명히 하고, 진행 중에는 중간보고를 습관화하자. 이 작은 습관들이 쌓여 신뢰라는 자산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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