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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서비스산업 인재 전략, MICE에서 배우는 교훈

by 두드림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지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관광, 문화, ICT, 콘텐츠 산업은 모두 세계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고, 그 중심에는 국제행사와 컨벤션으로 대표되는 MICE 산업이 자리한다. 서울·부산·인천 등은 이미 글로벌 MICE 허브 도시로 성장하고 있으며, 국제회의 개최 건수 세계 2위라는 성과도 기록했다.

그러나 화려한 수치 뒤에는 인재의 이탈과 부족이라는 심각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는 MICE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서비스산업 전체가 맞닥뜨린 고질적 인력 구조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인력 문제, 산업 전체가 겪는 그늘

MICE 업계에서는 신규 입사자의 94.5%가 2년 내 퇴사하고, 기업의 65%가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낮은 보상, 높은 이직률, 커리어 성장 경로 부재가 원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호텔·관광·문화예술·콘텐츠·ICT 서비스 등 다른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서비스산업 종사자 다수가 겪는 현실은 이렇다.

장기적 성장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

업무 강도는 높지만 처우는 낮다.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MICE 산업은 단지 이 문제를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국가적 관점에서의 의미


이런 인력 구조의 문제는 단순히 업계 내부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전체적으로 세 가지 중요한 파급효과를 갖는다.


청년 고용: 젊은 세대가 안정적 커리어를 찾지 못해 서비스업을 기피한다면, 국가 고용 구조는 더 취약해진다.

여성·중장년 재취업: 경력단절 여성, 은퇴 후 중장년 인력이 서비스산업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잠재적 노동력은 사라진다.

국가 브랜드: 국제행사 유치와 운영은 곧 국가 이미지와 직결된다. 인재가 없다면, 행사는 열리지만 국격은 높아지지 않는다.


즉, 인재 문제는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플랫폼적 접근: 산업을 넘어선 HR 허브


이 문제를 풀려면 업종별 개별 대응이 아니라 통합적 플랫폼 접근이 필요하다.
MICE 산업의 인력 문제 해결 모델은 한국 서비스산업 전체로 확장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인재풀: 전공, 역량, 경험을 체계화해 업종 간 전환 가능한 인재 DB 구축.

커리어 패스 제공: 교육–인턴십–취업–재직자 교육–리더십 성장까지 단계별 로드맵 제공.

산업 간 연결: MICE 경험을 호텔·관광·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하는 교차 커리어 모델 설계.


이런 플랫폼이 구축되면, 특정 산업에서의 경력 정체가 국가 전체 노동시장 내에서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국가정책적 접근: 제도화와 글로벌화


국가 정책은 산업을 넘어선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인력 인증제: MICE·관광·콘텐츠 등 서비스업 전반에 적용 가능한 경력 인증 체계 도입.

국제 자격 지원: CMP·CEM 같은 MICE 자격뿐 아니라, 서비스업 글로벌 자격증 취득을 제도적으로 지원.

해외 파견 프로그램: 청년과 중장년 인력을 국제기구, 해외 기업에 파견 → 글로벌 커리어 트랙 확립.

처우 개선 가이드라인: 단기 고용, 저임금 구조를 개선할 산업별 표준 마련.


이는 곧 국가 고용 정책과 직결된다. 인재의 질과 이동성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산업 성장만이 아니라 국가적 과제다.


AI 기술: 국가 인재 전략의 촉매제


AI는 단순히 한 기업의 HR 도구가 아니라, 국가 인재 전략의 촉매제로 활용될 수 있다.

AI 매칭: 산업 간 경력 이동을 돕는 크로스 매칭 알고리즘.

AI 학습 추천: 개인에게 필요한 글로벌 자격, 교육 과정 제안.

이직 위험 예측: 국가 차원 인재 DB로 퇴사·이탈 패턴 분석 → 정책 설계 근거.

VR·메타버스 교육: 국제 무대 경험을 디지털로 확산 → 누구나 글로벌 경험 가능.


글로벌 커리어, 닫힌 문을 열다


국내에서 커리어 성장 경로가 제한된다면, 답은 글로벌 무대다.
정부와 플랫폼이 힘을 합쳐, 서비스산업 인력이 해외 컨벤션, 국제기구, 글로벌 이벤트로 진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제 자격 취득 → 해외 취업 연계

글로벌 인턴십 → 장기 커리어 트랙화

해외 프로젝트 경험 → 국가 브랜드와 개인 커리어 동시 성장

이것이야말로 한국 인재들이 “소모품”이 아니라 “세계적 전문가”로 자리잡는 길이다.


맺으며


MICE 산업은 작은 거울이다. 그 속에서 보이는 인재 문제는 관광, 콘텐츠, ICT, 문화예술 등 한국 서비스산업 전체의 문제와 겹친다.


따라서 인재 전략을 “MICE만의 과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서비스산업 HR 혁신 모델로 삼아야 한다.

플랫폼은 데이터를 통해 길을 설계하고, 국가는 제도를 통해 기반을 마련하며, AI는 나침반이 되어 인재의 미래를 안내하고, 글로벌 무대는 커리어의 새로운 문을 열어준다.

이제는 행사와 산업의 성공을 넘어, 인재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다. 그것이 곧 한국 서비스산업 전체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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