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판단을 잃지 않기 위한 조직의 기준
매년 반복되는 시기가 있다. 일이 갑자기 많아지는 시기다.
기존 프로젝트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동시에 새로운 사업 제안이 여러 개 진행된다. 여기에 신규 인력의 온보딩까지 겹치면 조직은 단순히 바쁜 상태를 넘어선다.
이 시기에는 누구나 비슷한 감각을 느낀다.
무언가 계속 쫓기고 있는 느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흐릿해지는 상태, 그리고 하루가 끝나도 일이 정리되지 않는 감각.
이때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일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실제로 조직이 무너지는 이유는 일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판단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먼저 전제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는 단순한 실행 조직이 아니다. 정해진 일을 정해진 방식으로 반복하는 구조가 아니다.
우리는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제안과 실행이 겹치며
상황에 따라 방향이 계속 바뀌는 환경에서 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조직이다.
이 말은 곧, 일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는 일을 줄일 수 없다. 대신,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판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이 무너지는 순간은 업무량이 임계치를 넘는 순간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상태가 시작될 때다.
모든 일이 다 중요해 보일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할 때
누가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 모호해질 때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기 시작할 때
이 상태가 되면 사람들은 더 열심히 하기 시작한다.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은 일을 동시에 잡고
더 많은 것을 책임지려 한다
하지만 이건 해결이 아니라 악화다.
판단이 흐려진 상태에서의 노력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를 확산시킨다.
이 시기에는 항상 몇몇 사람들이 눈에 띈다.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사람
가장 많은 일을 끌어안고 있는 사람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사람
겉으로 보면 이들은 조직을 지탱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냉정하게 봐야 한다.
이건 능력이 아니라 신호다. 조직이 감당해야 할 복잡도를 개인이 대신 떠안고 있다는 신호다.
이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버틸 수 있지만 반복되면 반드시 무너진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판단을 유지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이 시기를 버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의지나 열정이 아니라 기준이다.
복잡한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
이 시기에는 “다 잘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일부는 제대로 하고
일부는 기준을 낮추고
일부는 포기하는 것이다
문제는 포기하지 못하는 조직이다.
모든 것을 지키려 하면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다.
일이 몰릴수록 사람들은 요청과 상황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급하게 들어온 일
큰 목소리로 말하는 일
눈앞에 있는 일
이런 것들이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판단이 아니라 반응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야 한다. 이 일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인가 아니면 단순히 들어온 일이기 때문에 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 조직은 여러 일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건 구조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각 일을 어떤 상태로 관리하느냐다.
지금 집중하고 있는 일
진행은 하지만 속도를 조절하는 일
대기 상태로 두는 일
이 구분이 없으면 모든 일이 동시에 나를 끌어당기게 된다.
수평적인 조직일수록 이 기준이 더 중요해진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행동들이 조직을 무너뜨리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힘들어 보이니까 내가 가져온 일
그냥 내가 하는 게 빠를 것 같아서 가져온 일
명확하지 않지만 그냥 처리해버린 일
이것들이 쌓이면 역할은 흐려지고 부하는 특정 사람에게 집중된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일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아니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인가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더 조용해진다.
그리고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복잡한 상황일수록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는 줄어든다.
이 시기에는
더 많이 공유해야 하고
더 빨리 도움을 요청해야 하며
더 자주 정렬해야 한다
혼자 해결하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리스크다.
다음과 같은 상태가 오면
이미 판단이 흐려진 상태다.
계속 바쁜데 성과가 쌓이지 않을 때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을 때
결정이 계속 미뤄질 때
사소한 일에도 에너지가 크게 소모될 때
이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노력이나 집중이 아니라 멈추고 정리하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리더의 역할이 명확하다.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 기준을 정리하는 것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어떤 수준에서 타협할 것인지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 하나 더 있다.
과몰입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 이 시기에 조직을 지탱하는 사람일수록 다음 시기에 지쳐서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는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반복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이 시기를 잘 버티는 것이 아니다.
이 시기를 통해 우리가 어떤 조직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판단을 잃는가
우리는 무엇을 버리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개인에게 부하를 몰아주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쌓일수록 조직은 더 단단해진다.
일이 많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복잡해지는 것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판단을 잃는 것은 피할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조직의 성과는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선택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 이 시기는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 조직인지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조직인지가 드러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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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I Alchemist & Maestro 두드림(Two Dreams)
- Orchestrating AI, systems, and human judg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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