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A+의 조건, 그리고 10년 후

AI 시대에 더 커진 교육의 그림자

by 두드림

서울대 A+의 조건, 그리고 10년 후 — AI 시대에 더 커진 교육의 그림자


https://www.youtube.com/watch?v=CNrzvdcU9SE


2016년, EBS 다큐프라임은 ‘교육대기획 〈시험〉’ 시리즈에서 〈서울대 A+의 조건〉이라는 편을 내보냈다. 제작진은 서울대 상위권 학생 46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1,213명을 설문 조사했다. 그리고 놀라운 결론을 끌어냈다.
A+의 가장 안전한 방법은 ‘강의 내용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재현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교수의 말을 전부 받아적거나 녹음했다. 농담과 예시까지 기록했고, 이후 이를 요약·압축해 ‘시험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정답’을 암기했다. 창의적 해석이나 새로운 관점은 위험했다.
왜냐하면 채점 기준은 ‘교수의 관점에 얼마나 충실한가’였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문제는 개선되었을까?


2025년, 나는 이 영상을 다시 떠올린다. 단지 흘러간 교육 다큐로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AI 시대 교육의 불편한 거울로서 말이다.
그때도 ‘비판적 사고’는 시험에서 감점 요인이 될 수 있었고, ‘안전한 재현’이 성적을 보장했다. 그런데 지금은 여기에 더 심각한 변화가 얹혔다.
바로 AI가 만들어낸 초고속·초정밀 재현 능력이다.

이제 학생들은 교수의 강의 내용을 스스로 요약하고 암기할 필요조차 없다. AI가 음성·영상·텍스트를 모두 받아 적고, 깔끔하게 정리하며, 예상문제와 ‘모범 답안’까지 만들어 준다. 인간은 ‘복사-붙여넣기’ 버튼만 누르면 된다.


AI 시대에 왜 이게 더 위험한가?


사고의 절대적 외주화
AI가 만들어준 정리본과 답안지를 그대로 외워 시험을 치르는 순간, 학습은 ‘이해’가 아니라 ‘전달’로 축소된다. 더 이상 머릿속에서 개념이 부딪히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창의성의 더 빠른 위축
2016년 다큐에서 이미 창의적 답안은 위험 요소였다. 이제는 AI가 ‘안전한 답안’을 실시간으로 제시하니, 새로운 시도를 할 이유가 더 줄어든다.


평가 구조의 불변
강의·시험 설계가 여전히 ‘정답 재현형’이라면, AI는 그 구조에 기가 막히게 적응해 버린다. 채점자는 ‘인간이 생각했는가’보다 ‘답안이 정확한가’만을 본다.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평가 기준의 대전환
‘정답 재현’에서 ‘사고의 과정’으로 중심을 옮겨야 한다. 같은 주제를 두고도 학생마다 전혀 다른 해석과 논증을 펼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AI를 ‘도구’로 묶는 법 교육
AI가 대신 생각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확장을 돕도록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컨대 AI가 제시한 답을 비판·검증·재구성하는 과제를 내는 식이다.


집단 토론·프로젝트 비중 확대
개인 암기시험 대신, 협업과 토론 속에서 실시간 피드백을 주고받는 평가가 필요하다.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학습의 무게를 두어야 한다.


마무리하며

2016년, 다큐프라임은 “점수는 올랐지만, 배움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2025년, 나는 이 질문을 조금 바꿔 묻고 싶다.
“배움이 사라진 자리에, 우리는 AI만 남겨둘 것인가?”

이제 교육의 위기는 ‘정답 재현’의 문화가 아니라, 그것이 AI와 결합해 인간의 사고를 구조적으로 축소시키는 데 있다.
우리가 이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면, 2035년의 교실에는 질문 없는 학생들, 그리고 그 옆에 질문도, 답도 대신해주는 AI만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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