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을 떠올려보면 추운 겨울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포근한 느낌이 든다. 어릴 적에 나는 장갑을 끼는 것을 귀찮아했던 것 같다. 엄마가 밖에 나가기 전에 장갑을 가져가라고 말씀하시면 마지못해 장갑을 끼고 밖을 나섰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막상 장갑을 끼고 나면 몸 전체에 온기가 느껴져서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성인이 된 지금 나는 가지고 있는 장갑이 없다. 아마도 엄마와 떨어져 지내기 때문일까. 정신없는 출근 시간에 장갑을 기억하고 챙길 여력이 없는 느낌이다. 최근 들어 부모님이 곁에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난생처음으로 치과에 혼자 방문했다. 25살이 되도록 치과에 혼자 가본 적이 없어서인지 전날 밤부터 생각보다 겁이 났다. 마취를 할 때나 치료를 받을 때 무서워서 속으로 덜덜 떨었다. 다행히 신경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씩씩하게 밖을 나섰다. 앞으로는 내가 스스로를 더 신경 쓰고 잘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책임감이 들었다.
장갑을 떠올리면 부모님이 생각난다. 그 동시에 나에게 있어 장갑이 지니는 의미는 ‘나 자신을 챙기는 일’ 같다. 애써 신경 쓰지 않으면 놓쳐버릴 수도 있고, 생각하기가 번거롭고 귀찮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 장갑을 끼면서 추운 겨울날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나 자신을 보호하는 일들. 이제부터라도 내 삶의 숨겨진 ‘장갑’들을 잘 챙기고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