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by 이남지 씀

‘첫 눈’. 그 단어만으로도 참 설레고 기분 좋은 단어이다. 분명 매년 겨울은 오는데, 눈이 오는 날은 유난히도 낭만이 가득하다. 어릴 적에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항상 기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눈 중에서도 펑펑 내리는 함박눈. 아무도 밟지 않은 눈 길을 밟으며 걸어갈 때의 기분은 참 몽글몽글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쌓인 눈을 뚫고 학교 운동장에 나가 눈사람을 만들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눈이 온다는 것 자체로 설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은 ‘첫 눈’이다. 정해져 있는 날짜에 오는 게 아닌, 갑자기 찾아오는 행운이기 때문에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아직 올 해는 첫 눈을 보지 못했지만, 그 단어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첫 눈을 함께 바라보았던 그 순간. 잊어보려고 해 봐도 자꾸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영화에서도 꼭 로맨틱한 장면이 나올 때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첫 눈을 함께 맞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그 이야기를 믿게 될 만큼 우리의 날들 중에서도 영화 같은 순간들이 있다.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내가 된 것처럼 설레는 순간들. 그 순간의 느낌이 바로 ‘첫 눈’과 닮아있다.


어쩌면 설레는 순간들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에 또 다른 하루를 기대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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