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함박눈이 소복소복 가득 쌓인 날에는 집 근처 운동장으로 달려 나가 가족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었다. 열심히 눈을 굴려서 만들어서 눈코입을 붙여주고 나뭇가지로 팔과 다리를 붙였다. 어차피 다음 날이면 다 녹아버릴 텐데, 참 열심히도 만들었고 마냥 신이 났다.
눈사람은 모래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모래로 지어진 성이 물에 휩쓸려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것처럼 눈사람도 며칠만 지나면 다시 물로 사라진다. 우리는 왜 눈사람을 만들까. 어쩌면 금방 녹아버리고 마는 눈을 모아 조금 더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어서일까. 어릴 적에는 눈사람이 금방 사라져 버리는 게 슬퍼서 그 순간을 잡아두고 싶던 것 같다.
겨울왕국에는 ‘올라프’라는 눈사람이 나온다. 올라프는 눈사람인데도 여름을 상상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참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의 동심과 작은 바람을 지켜주기 위한 설정인 것 같기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엘사가 마법을 부려서 머리 위에 눈구름을 만들어주고, 더운 날씨에도 녹지 않는다. 올라프는 그렇게 여름에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겨울왕국 속의 올라프는 결국 우리가 어릴 적에 바랐던 것처럼 녹지 않는 눈사람이 되었다. 그 영화를 보면서도 나에게도 저런 눈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땅에 닿아 금방 녹아버리면 아쉬운 것처럼 우리에게는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 어쩌면 그 순간들을 담아두고 싶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적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을까.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열심히 기록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