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by 이남지 씀

최근에 내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생각이 있다.

"나의 삶을 사랑하자."


어제는 어질러져 있던 기숙사 방을, 나의 작업 공간인 책상을 청소하고 비웠다. 그곳에 새로운 것들을 채워 넣었다. 내가 생활하는 공간을 방치하지 않고 새롭게 꾸며나간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작은 일들이 모여 바로 내가 내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고 생각했다.


몇 주 뒤에는 박사 Qualifying exam이 있다. 여러 논문을 읽고 발표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 힘든 감정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 이유는 바로 나를 사랑해 주는 나 자신이 있고, 나를 곁에서 응원해 주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혹은 지나간 인연일지라도 소중한 기억들이 나를 감싸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나의 연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입학하고 나서 2년 동안 실험을 하면서도 이런 데이터들을 정말 사용할 수 있을까, 정말 이 데이터들이 논문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Main figure를 정리하고 논문의 개요를 구체화해나가고 있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하는 데이터도 있고, 새롭게 실험을 해야 하는 것들도 있지만 그런대로 윤곽이 잡혀간다는 것이 나에게 큰 힘과 기쁨이 되었다.


논문이라는 꿈이 아닌 실제가 되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출근을 해서도, 퇴근을 해서도, 어쩌면 주말인 지금까지도 머릿속 한 구석에는 연구에 대한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어쩔 때는 데이터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주말에 출근하거나 밤 12시에 퇴근한 적도 있었다. 일하는 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항상 그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은 내가 그래도 어느 정도 연구자로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밤에 잠에 들기 위해 누우면 마음이 불안하고, 내일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믿고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 어쩌면 다른 그 길이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험한 길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답을 찾게 될 것이라 믿는다. 느릿느릿한 거북이여도 상관없다. 그저 나의 삶을 응원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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