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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지 씀 Oct 09. 2023

더는 나를 증명하지 않기로 했다 | 장서우


어릴 적의 난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 두려워했다. 아마도 아빠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하고 싶은 동아리나 활동을 허락 받을 때 쓸데없이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되묻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엄마에게는 말을 꺼내는 일들도 아빠에겐 이야기하지 못하곤 했다. 어느 날 아이패드 속지를 판매하게 되면서 개인 사업자를 등록하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아빠에게 말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야기를 꺼냈는데 별 다른 말 없이 그냥 지나갔다. 사실 나는 여전히 가족들에게 내가 출판한 책을 자랑하거나 내용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냥 나의 방 한 구석의 책장에 꽂아두고는 혼자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이 나의 선택을 싫어하고 걱정할까봐, 그리고 그것이 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까봐 무서워했는데 아무래도 쓸모없는 걱정이었던 것 같다. 나의 삶의 주체는 나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조금 더 당당해져야겠다.


p.22

인생의 모든 선택과 책임은 언제나 내 몫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의 변화를 불편해하는 주변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주저하지 말자.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타인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든 내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p.30

더 나아가서 강인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남들에게 자신의 유약함과 우유부단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변화를 거부하며 발버둥 치는 것은 단단함과는 거리가 멀다. 변화의 문턱에서 자신의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스스로 유연하게 달라지는 사람, 즉 자기 내부에서부터 변화를 창조해내는 사람이야말로 강인하다고 말할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변화가 빨라지는 현대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중심을 확실하게 잡고 주체적으로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인생이라는 항해에서 부드럽게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를, 즐거운 기분으로 변화의 신선한 바람을 쐬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오늘 출근해서 하루종일 실험을 안했다. 안했다기 보다는 못했다에 가까운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연구를 해나가야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해서 관련된 논문을 찾아보고, 정리하는 일로만 하루를 보냈다. 그러고나서도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했다. 물론 바쁘게 하루를 보냈고 당장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Photomask를 CAD 프로그램으로 설계하고, 업체에 메일을 보냈다. 내일은 후배와 함께 실험 분석을 하러간다. 단지 앞으로의 실험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사실에 불안함이 덮쳤다. 내가 이 일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생각도 했다. 어쩌면 미래에 내가 연구를 하지 않게될 수도 있지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p.48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게 많으며, 따라서 배울 것도 많다. 그러니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자신을 자책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갖기보다는 인생을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불안한 마음 때문에 섣불리 삶을 예단하기보다는 모든 가능성의 문을 긍정하는 마음으로 활짝 열어두자.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세상과 나 자신을 있는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



어느 날 지도교수님께 왜 이렇게 주눅들어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처음 그 질문을 받았을 때는 자신감이 없어보인다는 말로 들려서 좋지 않은 의미로 받아들였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고 난 뒤에 시간이 조금 흘러서 똑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발표할만한 실험 데이터가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다며 답변을 드린 적이 있다. 그랬더니 오히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매 주 다른 데이터를 얻겠어. 하나의 데이터라도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실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라고 조언하셨다.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거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말 자체가 나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해 '아,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구나.'하고 느끼는 것처럼 다른 사람 역시 그 사람만의 생각일 뿐인데, 상처받는 경우도 많았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그 말에 실망하거나 상처입기보다는 내가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p.155

사람은 모든 면에서 제각각이라서 같은 상황에서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해석하고 느끼는 바는 저마다 다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설령 나에 대해 안 좋게 말하더라도 그건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지, 객관적 지실이 아님을 깨달아야한다. 타인의 말을 즉각 흡수해 혼자 상처받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여유를 가진다면, 타인의 말에서 배울 점과 걸러 들을 불순물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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