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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지 씀 Nov 04. 2023

맨손 체조하듯 산다 | 지수


한 달쯤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토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7시 반에 일어나 9시에 출근을 했고, 6시에 퇴근을 했다. Chat GPT와 같은 인공지능(AI) 모델을 만드는 데 활용되는 데이터 가공작업을 한다. 맞춤법 검사, OCR 매핑, 음성 검수까지 하는 일을 다양하다. '어차피 주말에 쉬어봤자 방에서 하루 종일 드라마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게 다인데, 남는 시간에 돈이라도 벌어야지.'하는 마음으로 지원한 아르바이트였지만, 이틀이던 주말이 하루로 줄어든 것만 같다. 주말에 가지는 휴식은 그리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나에게 참 소중한 시간이었나보다.


오늘도 일을 마치고 기진맥진해서 기숙사로 다시 돌아가는 데, 축제가 열리는 날임을 잊고 있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고, 모두들 기숙사 쪽에서 나오는 학생들만 있었다. 나만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마냥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도 밖에서는 환호성이 들린다. 하루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다가 갑자기 문득 힘이 들 때가 있다. 현실이 너무 무겁게 다가오는 날이 있다. 이러한 날들도 언젠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 수 있겠지. 만약 그때가 다가온다면 지금의 나를 꼬옥 안아주고 싶다.



매일의 일상과 분투는 긴 생애주기 안에 속해있다. 순간은 점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기다란 선위에 놓여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목맬 것도 없다. 내일이 되면, 일주일이 지나면, 1년이 지나면, 10년이 지나면 별것도 아닌 일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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