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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지 씀 Aug 17. 2020

나의 의미

예전에 교지에 냈던 글인 '너의 의미'가 자꾸 떠오른다.

글을 읽는 독자에게 자신이 의미를 두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를 쫓아 행복을 찾으라는 내용이었다.

요즘의 나는 자꾸 생각한다.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요즘 무기력증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일을 할 때 재밌고 신이 난다기보다는 모든 일이 의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그것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겁이 많이 나고 부담감도 커져간다.

그렇게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도 없는데 마음은 그저 답답하다.


주말 내내 공부를 한다고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결국 나는 '로드 오브 히어로즈'라는 핸드폰 게임에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초월시키고, 강화시키는 그 재미로 주말을 보냈던 것 같다. 아, 요즘 새로 시작한 것 중에 하나는 운동이 있다.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는 운동인데 짧은 시간 안에 땀을 많이 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벌써 오늘이 운동 5일 차이다. 운동을 하고 나서 그렇게 몸이 개운해지거나 뿌듯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 이제는 체력을 길러야 할 것 같아서 계속하고 있다. 또 하나 시작한 것은 드라마 정주행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드라마인데 스토리가 흔하지 않아서 좋고, 무뚝뚝한 대사 속에서 위로를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어제와 엊그제는 드라마를 보느라 새벽 4시에 잤다. 새벽이 아니면 자유를 만끽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12시가 넘어서야 드라마를 봤다. 이것도 체력이 있어야 하는 일인가 보다. 오늘은 드라마 볼 기력이 별로 없다. 12시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잠이 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엔트로피'라는 책을 읽고 있다. 나는 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과학과 관련된 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 과학융합강연자 과정의 과제로 책을 소개하는 ppt를 만들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속도가 매우 더디다. 그렇다고 기사 시험이 끝나고 나서 몰아서 읽기에는 내가 책을 읽는 속도가 엄청나게 느린 탓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공부하기 싫을 때 틈틈이 읽고 있다. 그렇다고 해봤자 아직 50페이지 정도밖에 못 읽었지만 말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기사 시험이 있다. 벌써 2번 떨어지고 3번째 시험인데 내용이 여전히 어렵다.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기사'라고 해서 전공에서 배운 내용이 조금은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많이 낯설다. 계속 cbt로 기출문제를 풀고 있지만 문제를 볼 때마다 처음 보는 것 같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는 문제도 많다.

아, 요즘에는 매일 같이 대학원 관련 네이버 카페를 들어가서 최신 글을 들여다본다. 다음 주에 결과가 나오고 아직 합격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걱정이 한가득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대학원이랑 잘 맞을까?'하는 고민 때문이다. 그동안 생각보다 나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해왔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나아갈 길을 뚜렷이 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의 길을 만들어갈 거라고, 나의 가치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요즘에는 앞 길이 보이지 않는 기분이다. 조금 더 나를 믿고 나아가자라고 생각해도,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노력하는 것이 별로 없는 기분이다. 마음이 답답하다는 이유로 조금만 공부하다가 쉬고, 요즘은 공부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는 느낌이 든다.


열심히 살아오긴 했는데 이룬 것이 없는 것만 같고, 과거의 내가 너무나 멀어 보인다. 아무래도 지금이 나의 슬럼프인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자고 싶을 때는 자고, 드라마 보고 싶을 때는 보고 공부하다가 딴 생각이 떠오를 때면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두고 있다. 하루 중에 정신을 차리고 있는 시간보다 멍 때리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고 있으니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고, 내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나의 의미'가 무엇인지 차근히 찾아가고 싶다. 그저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슬럼프가 왔지만 그렇게 많이 기분이 우울하지 않다. 사람이 항상 행복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지금 이 시간도 물 흐르듯이 지나갈 것이라 믿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 먹으면서, 좋아하는 드라마 보면서, 가끔은 생각 없이 게임도 하면서 조금은 나의 스텝을 느리게 밟으려고 한다. 그렇게 이겨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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