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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지 씀 Oct 09. 2020

요즘

다른 사람에게 쉽게 건네는 말이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건네는 일이 별로 없는 말.


"요즘 어떻게 지내?"


오늘 나에게 물어보려고 한다.

 




1. 나는 요즘 엄청 바쁜 것은 아니지만, 매일 정해진 해야 할 일이 있고 그 할 일들을 마치고 나면 잠시 여유를 만끽하다가 잠에 든다. 매일이 거의 비슷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다.


2. 그나마 나의 하루를 다르게 만들고 있는 일 중에 하나는 '아이패드 굿노트 양식' 디자인이다. 시작한 지 2주가 지났는데 벌써 소재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가 만든 서식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있긴 할까? 그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만들어보기 전까지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시작하니 시간이 꽤나 걸린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래도 서식을 만드는 기간 동안은 몰입하게 돼서 기분이 좋고 들뜬다. 이번 주에도 하나 만드려고 했는데 다른 할 일들에 치여서 제작을 미루곤 한다. 아무래도 내일 하나를 만들어봐야겠다.


3. 나는 기숙사에 살고 있다. 아마도 졸업 전의 마지막 기숙사 생활일 것 같다. 졸업이 다가오니 예전에는 생각 조차하지 않았던 추억 팔이를 가끔 하곤 한다. 사진을 찾아보면서 '이때 이랬지.'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냥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벌써 내가 4학년이 된 것도 놀라운 데 생각보다 대학 생활 동안 이룬 것들이나 도전한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편이라서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이 즐겁기도 하지만, 가끔은 외로운 것 같다. 예전보다 사람과의 대화가 적어져서 그런지 나의 생각을 이야기할 친구가 그립다. 나는 생각보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지금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이 글이 읽히기를 바라면서 글을 적어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4.  드라마를 자주 본다.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오히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생각을 비울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번 주 화요일에는 새벽에 잠에서 깼는데 다시 잠에 들기가 어려워서 수면유도영상을 보고 잠에 들었다. 영상 주제는 '습관성 긴장'을 없애주는 것이었다. 요즘의 나는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이 돼서 그 이유를 모르겠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영상에서 말한 '습관성 긴장'이 몸에 남아있던 것 같다. 뭔가 잘 해내야 하는 일들이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하나가 찾아왔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꼈다.


5. 대학원에 관한 고민이 많다. 분명 내가 원해서 도전하였고, 합격하고 나서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막상 합격하고 나니 교수님께 연락이 오는 날이 무서웠고, 겁이 났다. 대학원에 입학하면 더 많이 공부해야 할 텐데 걱정이 됐다.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틈틈이 하고는 있는데 막 학기의 과제와 수업을 듣는 것만 해도 벅차서 공부를 소홀히 하고 있다. 나 자신이 많이 원망스럽지만, 아무래도 입학하기 전에 놀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이러면 안 되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 끝난 후의 마음과 비슷한 느낌이다.





요즘의 나는 내가 좋아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일들을 하고 싶은지보다는 해야 하는 일들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생활했던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내가 나의 하루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 밤에 공감이 가서 프로필 사진으로 지정해놓은 말이 있다.


"인생은 자기 싫은 밤과 더 자고 싶은 아침의 연속이다."


매일마다 밤이 되면 자기가 싫어졌다. 내일 아침이 오면 또 다른 할 일과 감정 소비, 부담감이 나에게 찾아올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막막했다. 나는 나의 하루를 싫어하고 있었다. 새로운 날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제는 내가 나의 하루를 좋아할 수 있도록 내가 하고 싶은 일들, 이루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되새기는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 예전에 분명 그렇게 다짐했던 것 같은데, 지금 잊힌 걸 보니 아마도 여러 번 새겨야 내가 그걸 알아차릴 수 있나 보다. 오늘도 다시 다짐한다. "나의 하루를 싫어하지 않도록 기대되고 설레는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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