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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지 씀 Oct 13. 2020

올해의 80%가 흐른 지금

벌써 10월이다.

올 한 해를 생각해보면, 정말 뜻밖의 이룬 일들이 많았다.


코로나로 혼란스러웠지만, 올 한 해는 소중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먼저 2월에는 작년에 장기현장실습(IPP)을 할 때 작성했던 논문이 발간되었다. 그 논문으로 인해 3월에는 나의 이름이 실린 인터넷 기사가 보도되었고, 교내 장기현장실습(IPP) 최우수상을 탔다. (코로나 때문에 시상식은 하지 못하였지만,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다음 5월에는 나의 첫 에세이를 출판하였다.

코로나는 또 다른 기회였던 걸까. 나는 1학기 때 중간고사를 보는 과목이 별로 없었고,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무언가 이루고 싶다는 생각과 지금이 아니면 용기를 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짜고짜 출간 신청을 하였고, 출간 후에도 2~3번은 원고를 수정하였다. 요즘에는 책을 다시 읽어보려고 해도 부끄러워서 읽지를 못하겠다. 그래도 나의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점은 너무나 설레는 일이었다.


6월 초에는 교생실습에 갔다. 이 역시도 코로나 때문에 2달이 미뤄졌진 것이었지만, 직접 학생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었다. 전공 분야와 관련된 과목을 맡지 못해서 너무나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었고, 걱정도 많았지만 그래도 오토마타 모형도 직접 만들고 학생들 앞에서 연구 수업도 성공적으로 마쳐서 뿌듯했다. 2주밖에 안 되는 시간이지만 그 기억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이번 여름 방학은 대학원 원서 접수로 바빴다. 사실 4월쯤부터 대학원 원서를 썼고, 한 곳에는 면접을 보기도 했지만 면접에서 불합격되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여름방학에 도전을 하였고 내가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토록 꿈꿨던 대학원이었지만 내가 그만큼의 능력과 자격을 갖추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 번의 서류 제출과 면접을 거쳐서 나는 원하던 대학원에 최종 합격했다. 정말 날아갈 것 같았고 기분이 좋았다. 한 교수님과도 컨택이 되어서 이번 학기는 걱정 없이 한 학기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2달이 걱정이다. 내년 겨울방학에는 대학원에서 인턴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생활이 시작될 텐데, 학교에서는 교직 과목을 많이 듣다 보니 이제는 혼란이 온다. 그리고 분야도 내가 처음 접하는 분야였고, 그동안 꿈꿔왔던 에너지 분야를 포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합격했는데 난 요즘 나의 미래가 불확실해 보인다.


별로 하는 것도 없이 하루가 바쁘게 지나가고, 무기력한 날들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올해 참 많은 고생을 했고 많은 것을 이뤘는데도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하고 무겁다. 노력에 의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고마운 사람이 정말 많고 그분들 덕분에 힘을 내어 도전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아직 감사 인사를 제대로 못 드린 분들이 많다. 앞으로는 거품 없이 나의 능력만으로 이겨내야 하는 것을 알기에 부담감도 커져버렸다. 앞으로의 나의 길은 어떤 방향을 향할지 불안감으로 마음이 계속 흔들린다.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낼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동안 내가 흔들릴 때마다 붙잡아온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으로 인정받자. 내일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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