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모르는 우울에 한동안 빠져있었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의미 없게 느껴지고, 앞으로 나아갈 일들도 두렵기만 했다. 사람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그다음 날이 되면 다시 혼자만의 시간이 왔고, 우울과 무력감에 빠지곤 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있는데 그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냥 놀고 싶은데 해야 할 일들이 쌓여서 일까? 그것도 아니면,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 일들을 미루는 나 자신이 싫어서일까?
그 이유의 답을 찾으려고 해도 나는 찾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우울은 여러 이유가 모두 섞여있는 경우가 많다. 우울의 이유를 찾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다. 그 우울의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글을 썼고,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 영상을 봤다. 그 가수의 핸드폰에 담겨 있는 다른 노래들도 듣다가 갑자기 캘리그래피를 적고 싶어서 정말 오랜만에 아이패드를 켜서 글씨를 적었다.
참 신기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시작하니 나도 모르게 한동안 느꼈던 우울의 감정을 잊고 있었다. 오랜만에 캘리그래피를 썼다는 것에 왠지 모를 뿌듯함과 설렘이 느껴졌다. 아무리 해야 할 일이 많아도 쉼의 시간은 필요함을 느꼈다. 우리의 감정은 매우 솔직하기 때문에 그 감정을 잘 헤아리고 관리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