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예전에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았다.
비만 오면 축축해진 공기도 싫었고, 우산을 가지고 버스를 타면 바닥이 젖는 것도 싫었다.
그러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비 오는 날을 마냥 싫어하지만은 않게 되었다.
비가 안경에만 추적추적 묻을 정도로 오는 것은 싫지만, 공기가 시원해질 정도로 오는 비는 이제 기분이 좋다. 만약 비가 올 것이라면 거침없이 쏟아졌으면 좋겠다.
2. 비는 항상 우리의 마음과 연관을 지을 수 있는 것 같다.
우울한 감정이 들 때는 마음에 비가 내린다고도 표현하고, 우산은 주로 위로가 되어주는 의미가 되곤 한다.
내가 비를 맞는 것을 막아줄 우산의 존재는 무엇이 있을까.
하루 종일 자책만 계속하는 나에게 잘못된 게 아니라며 말해주는 그 사람이 아마도 나에겐 우산이리라.
어떠한 힘든 일들이 있을지라도 우울에 빠지더라도 여전히 괜찮다고 느끼게 해 준다.
3. 비 오는 날이 좋아지게 된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비와 관련된 노래들의 감성이 좋아서이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인 CHEEZE의 '수채화'와 'Purple rain(feat. 이민혁)' 노래는 다른 느낌으로 너무 좋다. 비가 내릴 때는 괜히 찾아서 듣게 된다.
4. 잠에 들기 어려운 날에는 북유럽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 든다.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많은 asmr들이 나오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수면교육연구소 유튜브 채널의 '북유럽 빗소리'를 자주 찾아 듣곤 한다.
5. 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라는 작년 이맘때쯤 개봉했던 영화이다. 그때의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고, 같이 영화를 보러 가고 싶었다. 결국 그 사람과 함께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 영화를 생각하면 그때의 나의 감정이 생각이 난다. 사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그 상대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두근거리는 일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관계가 이뤄지지 않았어도 추억으로 예쁘게 남는 것 같다. 그 영화도 그랬다. 영화의 장면 내내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이 마주치는 씬은 한 번도 없었다. 영화를 보는 중에는 그래도 마지막 엔딩에서는 만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끝날 때까지 만나지 않았다. 그 엔딩이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만나지 않았기에 더 여운이 남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