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음

by 이남지 씀

우리는 계속해서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 것일까. 어떤 목표를 가지고 달려왔는지도 모른 채 그저 앞으로 나아간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밌는 드라마를 봐도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덧없음의 시간이 찾아온다.


며칠 전에는 내가 판매하고 있는 PDF 속지가 갑자기 하나둘씩 팔리기 시작해서 5일 만에 100개 가까이 팔렸다. 상세 구매 내역에서 봤을 때 '프로모션 지원금'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면, 관련된 쿠폰을 발급해줘서 단기간에 판매량이 급증했던 것 같다.


내가 너무나 불행하다고 생각했고, 모든 말과 행동들이 나를 향한 화살로 느껴지던 시기에 갑자기 대박이 난 것이다. 나는 나에게 행운이 찾아왔다고 생각했고, 안정된 수입이 생기게 되면 지금 내가 애쓰고 있는 대학원을 그만둘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먼저 도망치고 싶은 곳이 대학원인 것을 보면 나는 정말로 연구를 하고 싶은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가 하루 만에 판매량이 다시 0에 수렴했다. 아무래도 이벤트가 끝난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그래도 당연한 것은 없다며, 잠시나마 찾아온 뜻밖의 행운에 감사하자며 생각했지만, 이제는 조금 허무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연휴 동안 다음 주에 다가오는 기말고사를 준비했다.


내가 대학원을 진학하기 전에는 분명 연구나 시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자신만만했다.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의 꿈에 다가갈 수 있는 한 걸음이라고 생각했다.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시험이 없는 직장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줄이야. 나는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무도 많이 지쳐왔던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나 아름다운 환상을 가지고 있던 걸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인스타그램 계정 소개글에 링크를 걸어놓곤 하는데 거기에는 '연구원'이라는 테마는 없다. 1. 에세이 작가 2. 디지털 크리에이터 3. 이모티콘 작가까지 나를 나타내는 다양한 단어들이 있지만, 연구와 관련해서는 그저 '석박사 통합과정 재학'이라는 말 밖에 적을 수 없다. 이 정도면 내가 원하던 길을 벗어난 것이 아닐까.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감도 없다. 돈이 없으면서도 먹고 싶은 것과 가지고 싶은 것만 늘어가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쉬고 싶은 마음만 계속해서 늘어간다.


이런 나의 상태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 그저 다가오는 할 일들을 끝내기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나에게 의미 있는 일들을 묻어두고 눈앞의 일들만 해야 하는 나의 지금이 너무 불행한 것만 같다. 이 덧없는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 지금의 나는 다가오는 아침이 두렵다.

keyword
이전 19화온새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