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

by 올리브앤리치

"그런데 갑자기 '그래 쟤도 정 뗄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라고 웃으며 이야기 하는 아내의 말에

가슴이 애려왔다.


벤댕이에게도 이유가 있듯이

그때에 난 '그래도 이건 아니지!'라며 성질이 났고,

우리의 차가운 시간은 하루를 넘겼다.


나에겐 그저 전과 다름없는 사소한 다툼이었겠지만,

그 차가운 시간에

내가 널 외롭게 했구나.


발달한 의술과 약으로 이젠 암 때문에 사람이 잘못되는 시대는 지났다는 걸 난 잘 알고 있다.

몸소 경험해 봤기에.


그러나 암환자는 외로움에 더 힘들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주변의 달라진 시선과 걱정들,

갑작스럽게 마주 해야만 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나만 멈춘 것만 같은 시간,

그리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다른 생각을 하는 인간의 생각은

명확하지 않은 수 많은 것들로 사람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


그런데 아내가 지금까지 모든 순간을 잘 받아들여 주고 있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의 아내는 저 수만 가지 생각 속에 그 동안 혼자 많이 외로웠을 수 있었다는 걸.


내가 이 글들을 쓰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내가 언젠가 이 글들을 보면서

'힘든 시간이었지만 우린 나름 잘 견뎌 냈고 그 순간에도 행복했었구나'라고

기억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어제의 다툼으로 내가 중요한 걸 또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기억 속 행복보다 그 순간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걸.


벤댕이로 태어났기에

앞으로 다시는 속상하게 하지 않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안 한다.


하지만,

다시는 차가운 시간에 널 외롭게 두진 않을게.


대신 앞으론 질척거릴게.

그게 널 더 화나게 하더라도

외로움 따윈 느낄 새도 없도록 모든 순간을 같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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