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소리가 알람이 되어
아침 6시
모기가 윙-하고 왔다가 윙- 멀어진다. 꿈속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는데, 모기가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소리에 슬며시 현실로 돌아온다. '이제 6시쯤 되었겠구나' 요즘은 모기 소리에 잠을 깨면 6시 무렵이다.
최백호의 낭만시대를 들으며 까무룩 잠들면 아침 6시 무렵 깨는 일이 요 며칠 루틴이 되었다. 그래 이제 해 뜨는 걸 보러 가자.
겨울이 다가오니 해가 5시면 산 너머로 사라진다. 더불어 아침 해가 오는 시간도 늦어져 거의 7시가 다 되어야 빨갛고 동그란 얼굴을 드러낸다. 1분 1초 찰나의 시간에 금방 떠오르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다른 날처럼 빨래는 돌리지 않고 출발하기로 한다. 햇빛 산책을 다녀오는 동안 빨래가 완성되고, 맑은 하늘 아래 그걸 널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바짝 말라있는 늦가을.
대문을 열고 하늘을 확인했다. 간밤에 흐린 구름 뒤에 숨어서 번지듯 아련한 빛을 내었던 보름달이 반대편 하늘에 박혀있다. 바다로 갔다. 운 좋게도 일출 시간은 지났지만, 해 뜨는 지점을 먹구름이 가리고 있다. 구름의 두께만큼 시간을 벌었다.
마주 보이는 벤치에 앉아 일출을 기다렸다. 빈 하늘에 별똥별이 떨어졌다. 자세히 보니 수직 낙하가 아니라 평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주 빠른 비행기거나 전투기 같은 건가?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 사라졌다.
섬 위쪽 구름이 서서히 물들어온다. 구름 사이로 난 약간의 틈에 해는 얼굴을 내밀 것이다. 나름의 계산법으로 검지 두 마디를 허공에 대어 보며 '음.. 지금 15분쯤 지났으니 곧 올라오겠군' 생각한다.
이번엔 바다가 물들기 시작했다. 등장하기도 전에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는 태양. 보고 있으면 희망찬 느낌을 주니까, 태양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구석구석 세상에 좋은 것을 나눠주고 스스로 충분히 빛나는. 그렇다고 사막의 이글거리는 햇빛처럼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겠지만.
해 뜨는 시간이면 밤 사이 고기를 잡아 온 배들이 돌아온다. 어떤 배는 그 시간에 나가기도 한다. 해 뜨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있으면, 바다에 난 햇빛 길 위로 지나다니는 배들이 좋은 풍경이 되어준다.
오기 전에 모닝 페이지를 썼다. 더 행복하고 싶어서 유튜브에서 추천해준 방법들을 해보는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은 안 보고(보더라도 얼른 시간만 확인하고 밀어둔다) 상상한다. 나의 가장 이상적인 하루, 가장 이상적인 미래의 하루에 대해. 오늘의 감사한 일,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이나 순서들을 메모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몇 시간이 가장 뇌가 건강한 시간이라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핸드폰에 낭비했다. 어쨌든 그렇게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내가 바라는 것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한 치의 의심이나 부정적인 생각도 없이, 고맙고 감사하다고 중얼거리며.
그리고 이제 해돋이 찍던 핸드폰은 내려두고, 어제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를 꺼냈다. 받자마자 읽지 않고 아껴두었다. 마음이 평온하고 기쁠 때 읽고 싶어서.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붉은 태양, 아름답게 물든 하늘과 바다, 그 앞에서 편지를 읽는다. 봉투만 보고도 알았다. 이 글에는 사랑이 담겨있다. 잠시 눈을 감고 순간에 감사했다.
이제 걷는다. 일출을 보고 걷는 것도 해보니 좋았다. 모래사장에 누군가 두고 간 홈런볼 통과 편의점 컵 쌍화차, 꿀물을 집어 들었다. 아름다운 아침을 선물 받은 보답이다. 가까운 쓰레기통에 버렸다.
오늘은 아플 예정이다. 백신을 맞기로 했는데, 맞고 나면 커피는 안 마시는 게 좋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이 기회다! 씨유가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보니 한창 물류 차가 와서 짐 부리는 시간이다. 이럴 때 들어가면 일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다. 조금 더 걸어서 동네 구멍가게였다가 이마트 24가 된 곳으로 갔다.
아침 6시부터 24시까지 열려있는 편의점. 문 연지 얼마 안 되었다. 평소엔 잘 먹지 않는 삼각김밥을 골랐다. 얼마 전에 본 '불편한 편의점' 독고 씨가 떠올라 괜히 정이갔다. 아침에 걸으면 뭐가 막 먹고 싶어지기도 하고.
커피를 골랐다. 할인 카드 되는 게 없어서 2+1이나 1+1을 살펴봤는데, 미스 트롯 마리아가 모델인 카페베네 커피가 있다. 1+1에 2700원. 좋아하는 바리스타 룰스보다 비싸지만 하나 더 주니까 사볼까 하고 유통기한을 확인했다. 며칠 지났다. 회사는 푸르밀. 뉴스에서 곧 없어진다고 했던 롯데 계열 우유회사다. 그렇게 됐구나. 카페베네 커피의 스모키 로스팅 커피가 기억에 남아서 , 바리스타 룰스 스모키 로스팅 라떼를 사려다가 줄줄이 서 있는 다른 맛들과 비교해봤다. 12월 어느 것은 1월까지. 아쉽지만 오늘은 가장 신선한 카라멜 딥 프레소다.
내가 꽤 부스럭거렸는데 아직도 카운터엔 사장님이 안 나오셨다. 자세히 보니 셀프 계산대가 있었다. 바코드를 하나씩 찍고, 신세계 포인트는 실물 카드가 있어야 해서 적립 패스, 음성 안내에 따라 계산하고 나왔다. 편의점이 되었어도 예전 슈퍼일 때 느낌과 비슷하다.
다시 바닷가로 나와 벤치에 앉았다. 의외로 바다에는 비둘기가 많다. 20초 데워 온 삼각김밥을 뜯었다. 1번 세로줄, 2번 오른쪽 귀퉁이, 3번 왼쪽 귀퉁이. 김이 좀 찢어져서 봉지 안에 남았다. 계란밥에 스팸 한 조각. 짭짤한 삼각김밥과 달콤한 커피가 꽤 어울렸다. 그래도 매일 먹기엔 밥 자체가 짜다. 왠지 부실한 식감도 그렇고.
해 뜨고 한 시간이 지났다. 이제 붉은빛은 없다. 정면으로 쳐다보기 어려운 한낮의 태양처럼 변했다. 바다는 태양을 닮아 펄 셰도우처럼 반짝인다. 감사한 또 하루가 나에게 왔다.
*180일 만에 글 하나를 올린다. 이상하게 시간이 빠르네! 어쨌든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