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의 바다 작업실

할리스 속초영랑해변DI점

by Julie

카페에 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타인과 대화하기 위해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거기에만 있는 메뉴를 먹기 위해서


이 중 두 번째 이유로 카페를 즐겨 찾는 나로서는, 마음에 부담에 없고 드나들기 편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장님(혹은 직원)의 시야에 내가 잘 보이지 않는 넉넉한 공간일 것. 이게 핵심인데, 그러다보니 혼자서 시간을 보낼 때는 주로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바다가 주는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다면? 안 갈 이유가 없다.


할리스 속초 영랑해변점은 등대해변 앞에 있는 유일한 프랜차이즈 카페이자 대형카페다. 건물이 올라가는 것부터 봤는데,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다.

2층에 신발 벗고 들어가는 좌식 자리가 있어서, 거기 앉아 무언가를 끄적이다 보면 어느새 창 밖이 어스름해져 있다.


여러 번 다녀와서 대충 손님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행 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토요일, 일요일이라도 식사시간이 다가오는 오후 4시 넘어서는 슬슬 자리가 빠진다.

좋아하는 벽쪽 자리

평일에는 한산하다. 주중에 여행을 온다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띄엄띄엄 앉아 노트북을 보며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요즘은 그렇지 않은 카페도 별로 없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그런 건지, 요즘 속초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이 자주 보인다.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주로 커플로 자유여행을 온 것 같다.


이마트에 가면 구글 번역기 카메라로 과자 봉투에 적힌 한글을 들여다보며 단출한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외국인을 종종 마주친다. 그 바구니엔 바나나, 시리얼이 담겨있고, 델리 코너를 서성이다 보면 또 마주치게 된다.


저번엔 시내 하나로마트에서 홍콩 여행객을 봤다. 겉모습은 한국인과 비슷해서 대화 소리를 듣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텐데,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 크게 신라면 봉투가 찍혀있어서 알았다. 그분들은 한참 라면 코너를 살펴보다가 신라면 컵라면을 2개 골랐다. 돌아서며 나누는 대화가 영화 <첨밀밀>에서 듣던 대사와 비슷했다.


어쨌든 그런 흐름 속에, 여기 할리스 카페에도 외국인 손님이 조금씩 늘어나는 게 보인다. 어느 날인가 한가한 평일 오후, 2층에 나 말고 외국인만 3팀이었는데 모두 노트북으로 무언가 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디지털 노마드였을까?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 넣으면서 한 때를 보내고 나면 좋은 기분이 된다. 그전에 뭔가 걱정거리가 있거나 좀 짜증이 났대도, 그걸 털어버리고 나서 집에 간다. 빨간 문을 밀며 나서는 순간 좀 더 희망적인 내가 된 채로.

줄기차게 빨간 문을 여닫으며 보낸 시간들 속에, 지난 몇 년의 하루들이 담겨있다. 곧 제대로 더운 계절에 닿으면, ‘어휴 좀 쉬었다 가자 ‘하며 할리스의 에어컨 바람 속으로 잠시 숨어들게 될 것이다.

그땐 또 얼마나 많은 여행객들이 오게 될까? 얼음이 찰랑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앉을자리를 찾아 헤매일 여름. 올해 여름도 나는 반드시 이곳에 오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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