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소노 델피노점, 스타벅스 속초 교동디티점
5월은 여행의 달이라고 하던데, 어째 올해 5월은 힘을 못쓴다. 5월 15일 즈음 수복탑 공원 앞 오징어난전도 열었고, 따듯한 것이 걸어 다니기에 딱인 날씨인데, 사람이 별로 없다.
휑한 시내를 지나 미시령 터널 가는 길, 델피노 리조트로 향했다. 하룻밤 숙박을 하게 되었는데, 낮에는 일상을 보내고 저녁에 숙소에 누워있으니 편한 느낌의 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여행을 가면 기쁜 동시에 낯선 것들 사이에서 헤맬 일들이 생긴다. 이런 정신적인 소모 없이 순식간에 여행으로 들어와 있다는 실감이 든 것은, 창문 너머 골프 치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였다. 여기는 다른 세상 같다. 흐린 하늘이 보슬비를 뿌리고, 어둑한 울산바위 아래 잘 다듬어진 연둣빛 잔디가 밝은 조명을 받아 빛났다.
내일 날씨나 볼까? 하고 검색을 했더니, 새벽까지 비가 오다가 맑아진다는 소식. 위치추적 기능으로 매일 보던 날씨 탭의 주소가 델피노 리조트가 있는 고성군 토성면으로 바뀌어있었다.
다음날 아침.
체크아웃 전에 가벼운 차림으로 한 바퀴 돌고 싶어서 바깥으로 나왔다.
속초에 사는 사람은 델피노 리조트에 올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여기서 근무를 하거나, 지역 주민 할인받고 사우나를 오거나, 대부분은 웨딩홀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여할 때 정도일 거다. 가끔 골프장 이용하는 사람도 있겠지.
지금의 델피노 리조트엔 건물이 많아져서, 처음 가면 어디가 어딘지 헷갈린다. 건물마다 이름도 비슷하다(소노문, 소노벨, 소노캄, 소노펠리체, 소노펠리체 빌리지... 소노 씨의 다섯 자식 같은 느낌)
지금은 소노벨로 개명한 구 A동에 스타벅스가 있다. 아침 산책의 목적지는 바로 여기. 이 시간에 이곳에 와 있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소노벨 건물은 세모 모양이라 찾기 쉽다. 바깥에 스타벅스 간판도 붙어있다. 입구로 들어가면 로비 1층에 있다.
소노캄 프런트가 있는 건물에서 소노벨 건물로 건너가는 곳에 작은 분수가 있다. 이렇게 울산바위가 잘 보일뿐만 아니라(사실 여기 어. 디. 서. 든 울산바위는 아주 잘~ 보임)
뒷면의 시가 멋있었다. 가실 일 있으시면 한 번 읽어보시길(설악산의 사계절이 담긴 시였다)
<스타벅스 소노 델피노점>은 뷰가 좋은 카페는 아니다. 게다가 저쪽 소노펠리체 건물에 뷰 좋기로 소문난 <더 엠브로시아>가 있다.
예전엔 스타벅스 커피가 비싼 편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어딜 가나 같은 가격+아는 맛+이벤트 참여 등의 이유로 스타벅스를 찾게 된다.
리조트 내의 레스토랑, 카페보다는 저렴한 편이고, 아침에 조식 대신 샌드위치 세트를 먹을 수도 있다. 또 생각지 못한 장점이 있는데
새 프로모션이 시작될 때 아침부터 줄 서서 사야 되는 각종 굿즈들을 넉넉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시내에서 멀다 보니 상대적으로 찾아가기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물건들 사이에 뜨개가방이 놓여있길래 보니, 여름용으로 나온 상품이었다. 세미 뜨개인으로서 이건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조용히 내려두었다.
(모자를 떠서 썼다가 잃어버린 날의 이야기)
2025년 여름 프리퀀시 증정품이 샘플로 걸려있어서 구경했다.
역시 리조트 매장답게, 찾아온 손님 층이 다르다. 리조트 입구에 종종 <ㅇㅇ기업 하계연수회> 같은 류의 현수막이 걸려있곤 하는데, 어느 회사에서 연수를 왔는지 아침부터 스타벅스 한쪽 면이 꽉 차 있었다.
문 앞 바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정면의 로비 뷰를 쳐다보고 있는데, 또 어딘가에서 중학생 같은 남자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해본 적 없는 쭈그려 앉아 선생님 말씀 듣기+ 숙소 로비에서 줄 서서 한동안 기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사촌 동생이 수련회 갔단 얘기는 들었는데, 요즘이 수련회의 계절이었나 보다.
체크아웃 전에 객실에 있는 욕조에서 반신욕을 한 번 해줘야 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알람 소리를 듣고 나왔다. 바깥에 아까 그 학생들을 태우러 온 단체버스가 여러 대 대기하고 있었다.
산책을 나설 무렵 울산바위에 걸려있던 먹구름이, 어느새 물러가고 파란 얼굴을 내밀었다. 체크아웃.
델피노리조트에는 3-1번 버스만 온다. 1시간 4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10시 10분 버스를 타기는 좀 아쉽고, 11시 50분 버스를 타려면 체크아웃 후에 버스 탈 때까지 시간이 남았다.
그래도 욕조에 몸 한 번 안 담그고 가기는 아까워서(게다가 그 물이 온천수이기까지 하다) 11시 50분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동안 뭘 하나...
비가 오면 카페에 가 있으면 되지만(리조트 안에 카페가 ‘스타벅스’, ‘비엔토커피’, ‘더 엠브로시아’까지 총 3곳이 있다), 다음 순서로 갈 곳이 카페이기 때문에 적당히 시간 보낼 곳이 필요했다.
전망대에서 울산바위도 한 번 보고, 소노벨 지하로 들어가서 건물끼리 이어지는 통로를 슬렁슬렁 걸어 다녔다.
소노벨에서 수영장으로 가는 통로 벽면에 유럽풍으로 꾸며져 있는데, 실제로 쓰던 우표를 모티브로 만들었는지 궁금해지는 디자인들이 있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배냉
프랑스어로 쓰인 글자와 예전의 기차가 그려져 있는 우표 디자인이었다
빔 프로젝터로 우표 프레임 안에 영상을 상영하는 부분도 있었다. 모나코 우표도 있다. 이 길 이름이 유러피안의 길이라는 것 같다.
쮹 가면 소노펠리체 건물과 이어진다. 그 건물 10층 로비에 <더 엠브로시아> 카페가 있어서 멀찌감치 서서 전망 한 번 보고 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흘렀다.
버스정거장 앞에 소나무 산책로도 있었는데, 그다음 버스를 탈 걸 그랬나?
11시 45분쯤에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시간이 되어 3-1번 버스가 시내를 향해 달려갔다.
보통 이 노선엔 사람이 별로 없다. 리조트에 오는 사람은 대부분 자차를 이용하기 때문인데, 이 날 아침은 여느 때와 달리 만석이었다. 여행 오신 분들이 아랫동네 순두부마을에 가기 위해 타신 모양.
순두부촌 너머 한화 쏘라노 리조트를 지났다. 그리고 종점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척산 온천에 도착했다. 여기부터는 사람들이 좀 탄다. 척산 온천은 정기권을 끊어 주기적으로 다니는 사람도 있고,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지난달에 벚꽃이 만발했던 소야벌을 지나 소야교에서 내렸다. 조금만 걸어가면 <스타벅스 속초 교동 디티점>이 있다.
델피노 리조트 스타벅스에서 아침에는 아이스 라테를 한 잔 사 마셨는데, 30분 뒤부터 쓸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받았다.
정해진 메뉴를 스타벅스 카드로 계산하면 주는 쿠폰이다. 할인되는 메뉴도 정해져 있어서 이번엔 아이스 드립 커피를 마셨다. 1800원의 행복.
같이 간 엄마는 여름 프로모션 음료인 ‘씨쏠트 카라멜 콜드브루’를, 나는 할인받아 주문한 아이스커피를 한잔씩 앞에 두고 보내는 오후 시간.
날이 더워져서인지 다른 날보다 사람이 많다.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하고, 혼자 온 사람은 노트북이나 핸드폰으로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다. 그렇지 이게 일상의 스타벅스였지.
몇 시간 전에 델피노 리조트 스타벅스에서 느꼈던 낯선 느낌이 생각났다.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찾는 공간인지에 따라,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어느새 초록으로 가득 찬 창문 밖으로, 익숙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이 흐른다. 일상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