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 커피 로스터스 속초점
아침형 인간으로 살고 있지는 못하나, 아침 일찍 일어나 가벼운 산책이라도 하고 나면 마음이 뿌듯한 것이 아침형 연습생정도는 되는 듯하다.
1월 1일이 겨울이라는 점은 감사해야 할 일이다. 겨울이기 때문에 아침 해가 7시 반 넘어 천천히 떠오르는 것이지, 여름이었으면 새벽 5시부터 새해 일출을 보러 나갈 준비를 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인 호주에선 그러려나?
밝은 시간이 길어진 계절, 아침도 빨리 찾아오고 있다. 창문에 쳐 둔 커튼 틈으로 어스름히 밝아오는 바깥기운이 느껴지면, 몇 달 전보다 이르게 몸이 깨어난다. 이 날도 그랬다.
아침 6시가 안 된 시간치고 공기가 온화하다. 어제 현관문 앞에 세워두고 들어온 우산에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아침의 여유 시간이 5시간 정도 되는 날. 이렇게 미적대고 있을 게 아니라, 설악산 소공원까지만이라도 갔다 오자. 맑은 숲 속에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충 세수하고 나갔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터라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산에 가는데 그래도 김밥 한 줄 사갈까 싶어서, 속초 고속터미널로 향했다. 오랫동안 슈퍼에서 김밥을 팔아왔는데, 슈퍼가 이마트 24 편의점으로 바뀐 뒤에도 안쪽에서 따로 김밥을 살 수 있다.
한 줄에 3천 원. 카드 가능.
설악산 가는 7번 버스가 오려면 20분 정도 남았다. 바닷가까지 걸어갔다 올까?
바람이 분다. 비에서 맑은 날로 넘어갈 때, 맑은 날에서 비 오는 날로 바뀔 때 바람이 불던 것을 깜빡했다.
“뿌뿌- 위험하오니 다음 신호에 건너세요”
설악산 갈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던 것은 언젠가부터 뱃고동소리가 추가된 고속터미널 앞 횡단보도에서였다.
몇 걸음 걸어 속초해변. 모래 떨어낼 때 쓰는 바람 나오는 총스위치가 눌려있는지 꽤 큰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여긴 시끄럽고 좀 더 가보자 하는데 어? 손에 모자가 들려있지 않다.
아침 햇살이 제법 뜨거워서 가릴 겸 물방울이 남아있는 우산을 쓰고 나왔다. 바람이 불길래 쓰고있던 모자와 우산을 접어서 손에 들고있었는데, 어느 틈에 모자를 까먹고 흘린 것이다.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다.
이 두 손에 쥔 것도 제대로 못 챙기는데 뭘 그리 더 가지고 싶어 하나.
걸어온 길을 되짚어 다시 가봐도 없다. 다시 돌아와 두 번째로 밟은 모래사장. 에잇 배고픈데 김밥이나 먹자!
오랜만에 먹어본 할머니 왕 김밥. 보기엔 평범해도 맛있는 기본 김밥 맛이다. 마지막 꼬다리 한 점을 집어먹으며 생각했다.
한 줄 더 먹고 싶다
그나저나 모자. 내 아까운 모자.
아니지. 이렇게 실의에 빠져있을 순 없어. 같은 실로 여름까지 쓸 모자를 하나 다시 떠야겠어. JAJU에서 본 모양으로.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끈도 하나 달고. 다른 사람들에게 모자 뜨는 법을 가르쳐줄 수도 있겠지. 동영상이든 직접 만나서든.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라가라는 모자의 살신성인인 거야!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이미 7번 버스는 떠나갔고, 설악산에 갈 의욕을 잃어서 대신 아침 일찍 여는 카페에 갔다.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바로 저곳
반갑다 친구야.
약 10년 전 이 건물엔 펜션 겸 카페가 있었다. 그 시기 분위기의 아기자기한 카페였고,요거트 스무디를 사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동안 비어있기도 하고 다른 펜션으로 바뀌기도 했었는데, 몇 년 전 보사노바 카페가 들어선 뒤론 계속 잘 되고 있다.
속초아이 대관람차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일까? 본점은 강릉 안목해변 카페거리다.
일찍 여는데다
좀 비싸지만 맛있어 보이는 빵도 많다. 근처 숙소에 묵으면 조식 먹으러 와도 좋을 듯.
전에 삼척점에 갔을 때도 거기만의 시그니쳐 라테 거 있었는데, 속초도 생겼다.
꽤 규모가 큰 카페여서 드립백 등 커피 상품도 살 수 있다.
창가에 앉기엔 햇살이 너무 뜨거운, 5월의 아침. 벽쪽에 붙어 앉아 아이스 라테를 마셨다.
모자야 고마웠어.
자꾸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어느날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