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잇 바게트와 아코플 라임파이
좋아하던 카페가 사라졌다!
핸드폰 용량 부족 이슈로 한동안 네이버 지도 앱을 삭제했다. 오랜만에 다시 깔아서 로그인을 하고, 저장 목록을 살폈다. 이따금 폐업하거나 지도에서 정보를 지운 가게들이 삭제 목록에 올라와있는데, 그 사이에서 의외의 이름을 발견했다.
없어지리라고는 생각 못한, 어느 프랜차이즈 카페의 지점이었다. 공간이 마음에 들어 기억해 두었다가 딱 한번 가봤는데. 아쉬워라. 다음 서울행에도 가려고 마음먹었던 곳이었다.
장사가 잘 돼 보이는 가게도, 여러 사정으로 없어질 수 있는 것이니.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에 울림을 주었던 한 순간을 기록하는 일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방금 먹은 두 가지 빵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잇>은 속초 초등학교 후문 맞은편, 주택가 골목을 올라가면 보이는 다소 생뚱맞은 위치에 있는 빵집이다. 봄과 함께 나타나 여성들의 마음을 일렁이게 만든, 맛있는 빵들이 있는 가게다.
이 가게의 라인업을 보라.
플레인 바게트, 통밀 바게트, 올리브 치즈 깜빠뉴, 메밀 치아바타, 콘 치아바타, 올리브 소세지 푸가스, 거기에 살짝 다른 느낌의 보늬팥빵까지
담백하구, 고소하구, 그야말로 내가 찾고 있던 바로 그 빵집이로구나!
어느 날 사온 통밀 바게트. ‘플란다스의 개’에서 주인공이 병에 든 우유와 함께 아침밥으로 먹었던 걸 본듯하다.(아님)
뭐니 뭐니 해도 제일은 막 구워져서 식히고 있는 플레인바게트를 잘라서, 돌아가는 길에 하나씩 집어먹는 것인데, 겉면의 바삭함과 속의 쫄깃함이 말할 것도 없이 미미(美 味)다!
전 전 편 <어이 고릴라마트(밥테일 베이커리 이야기)>에서 이야기한 적 있는데, 친구에게 이 집 빵을 사다 주고 싶었는데 못 만났던 날이 있었다. 오늘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날이라, 친구 몫의 빵도 사서 가게를 나섰다.
올 때는 속초 초등학교 후문 쪽 길로 왔지만, 나갈 때는 건물 오른쪽에 난 작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어? 여기로 이어지네?
<이아이아오 로스터스> 카페 옆 골목으로 나오게 되는구나. 이쪽 큰 길가에도 맛있는 가게가 많다.
<교집>의 김밥, <옛날 수제비>의 칼제비, 홍게 샌드위치로 유명한 <751 샌드위치>와 예쁜 <세렝게티 커피>까지.
속초 초등학교 후문 쪽으로 나와 작은 도서관 지나오는 길보다 이쪽이 가깝게 느껴진다. 여기서 친구네 카페까지 언덕 하나를 넘어야 한다.
이쪽에선 나하나아파트 앞으로 지나는 게 낫겠다. 동네 사람들만 다니는 좁은 흙길을 지나 성당 뒤로, 성당에서 야쿠르트 사무실 찍고 청대산 자락이 보이는 주택가 언덕 위에 섰다.
<아워 코지 플레이스>로 이어지는 만천 5길로 들어섰다. 인기척이 반갑지 않은지 담장 너머 보이지 않는 개가 조용히 으르렁거렸다.
나 맛있는 빵 사 왔어!
친구네 카페엔 이따금 들러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먹는다. 오늘은 신메뉴 라임 파이를 먹었다.
위에는 꿀을 뿌렸고, 사워크림이 들어간 파이라는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한 입 떠먹었다. 그랬더니 이 또한 미미(美 味)!
코스가 훌륭했다. 한창 배고플 때 담백, 고소한 바게트와 치아바타를 몇 조각(주워) 먹고, 어느 정도 배고픔이 가셨을 때 상큼한 라임파이를 먹었다.
참으로 세련된 빵들이 아닌가?
맛있는 빵을 만들어 팔아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행복한 순간. 우타다 히카루의 LP를 틀어둔 <아워 코지 플레이스>에서 오늘의 짧은 행복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