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속초 중앙로점
하루 비 오고 나면 하루 맑아지는 요즘.
모처럼 축제도 열리는 토요일인데 비가 내린다. 우산을 안 쓰기엔 젖을 것 같고, 쓰기엔 좀 쑥스러울 정도의 양이다.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을 지나 시장으로 향하는 길. 4월의 벚꽃이 진 자리에 아카시아, 장미, 이팝나무 꽃이 한창이다.
아침에 보니 오징어난전이 손님들로 붐비던데, 시장 근처 <꼬시네 돈가스> 앞부터 시장 대형주차장을 향하는 찻길에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중앙 시장 사거리 횡단보도는 윷놀이 판처럼 사방으로 이어져있다. 잠시 기다리다가 뭉게뭉게 피어난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건넜다. 마치 도쿄의 스크램블 교차로 같은 느낌. 유명한 호떡집 앞에도, 닭 전 골목에도 긴 대기줄이 있었다.
속초 중앙시장에 처음 오면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린다. 하지만 긴 세월 동안 오가며 익숙해진 나에게, 덜 붐비는 틈새 길 찾는 건 일도 아니다. 사람들을 피해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벼 시내 스타벅스로 향했다.
사이렌 오더로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사이, 컨디먼트 바 앞에 있는 게시물 구경을 했다. '속초 최초의 스타벅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 자리에 스타벅스가 생긴 지 한 12년 정도 되었을까? 간판이며 매장 외관이 쨍한 초록색이었던 그때의 스타벅스가 떠오른다. 당시는 스타벅스를 몇 번 가보지 않은 때여서, 속초에 이런 곳이 생겨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스타벅스 속초 중앙로점>은 3층짜리 건물이고, 예전엔 옥상에도 자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다.
이 건물 2층에 <캔모아>가 있었던 적도 있다. 젤리슈즈와 샤기컷이 거리를 점령했던 2000년대의 일이다. 사진에 보이는 창가에 그때는 꽃무늬 그네의자가 있었다. 인기가 많은 자리라 누가 먼저 앉아있으면, 평범한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야 해서 아쉬웠다. 팥빙수나 셰이크가 메인이고, 서비스로 구운 식빵에 휘핑크림을 제공했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랑 한참 앉아서 수다 떨면서 이따금 식빵과 휘핑크림을 리필해 먹었다. 아! 웨지감자도.
1층엔 <던킨 도너츠>가 있었다. 20살이 되고 인생 첫 아르바이트를 여기서 했다.
대학생이 되니 방학이 거의 세 달 가까이라 시간이 많았다. 길을 걷다가 가게 유리문에 ‘알바 구함’이라고 쓰인 종이를 보고 즉석에서 들어가 얼떨결에 알바를 시작했다.
지금처럼 카페 수나 브랜드가 다양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스타벅스가 있을 정도로 위치가 좋은 편이라, 커피를 마시러 오는 사람도 많았다. 지금도 파는지 모르겠는데, 그땐 슬러시 비슷한 ‘쿨라타’라는 음료를 팔았다. 그걸 만드는 기계를 매일 마감할 때마다 청소하는 게 일이었다.
여름 내 일하고 받은 아르바이트비가 80만 원이었던가? 최저시급이 4천 원대였다. 한 시간 일한 돈으로는 던킨 도넛에서 파는 샌드위치에 음료 한 잔 사 먹기가 부담스러운 느낌이었다. 하루 종일 매장에 서서 도넛을 포장하는 동안, 스피커에서는 그 해 데뷔한 2NE1의 ‘Fire'가 흘러나왔다.(에에에 에에에 에~ 투에니원)
몇 년 있다 던킨 도넛이 없어지고, 건물을 통으로 스타벅스가 쓰게 되었다.
2층 창가자리를 좋아해서 주로 여기에 앉곤 한다. 사진에 보이는 푸마 매장 왼쪽이 예전 <함흥냉면옥> 자리였다. 어린 시절에 가족끼리 냉면을 먹으러 다녔다.
냉면은 모처럼 하는 외식 날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그릇이 앞에 놓이면, 엄마가 설탕, 식초를 더 넣어서 간을 새로 맞춰줄 때를 기다렸다. 가로로 한 번, 세로로 한 번 가위로 자르는 게 필수였지만, 지금은 면발 그대로 먹는 게 좋아서 자르지 않는다. 지금 <함흥냉면옥>은 원래 자리 뒤편으로 이사했다.(넷플릭스 ‘냉면 랩소디’에도 나왔다)
초반엔 스타벅스 매장 의자가 갈색 가죽이었던 것 같은데, 리뉴얼하면서 천 재질의 낮은 의자로 바뀌었다. 원래 쨍한 초록색이었던 매장 외관도 차분한 갈색으로 바뀌었다. 초록색 외관이 예뻐서 사진 찍으러 일부러 들르던 사람도 있었던 걸 보면 좀 아쉬운 변화다.
속초에는 7개의 스타벅스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1개는 고성군에 있지만, 생활권이 같으니 함께 세어보겠다.
초반에는 시내의 <속초 중앙로점>과 <델피노 리조트점>(지금의 ’ 소노 델피노점‘)이 있었다. 그러다 조양동 맥도널드 옆에 <속초 DT점>이 생겼다. 속초에 처음으로 생긴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었다. 이때만 해도 속초에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더 만들 계획이 없었는지, 이름이 ‘속초 DT점‘이다. 처음 생겼을 때와 비교하면 조양동 쪽으로 상권이 이동한 데다, 신축 아파트도 생겨서 언제 가도 사람이 많다.
그리고 한화 쏘라노리조트에도 <설악 쏘라노점>이 생겼다. 한 때 리조트 내 워터파크인 ‘설악 워터피아 ’에도 스타벅스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설악 쏘라노점>엔 테라스 자리가 있는데, 바깥에 울산바위가 보여서 맑은 날 앉아있기 좋다. 리조트 건물이 밝은 노란색이라 놀러 온 기분이 든다.
최근 들어 주택가에 <속초 교동 DT점>, <속초 금호 DT점>이 생겼고, 마지막으로 <영랑호 리조트점>이 오픈했다.
영랑호 리조트는 오래전부터 있던 곳인데, 2012년에 이마트가 지분을 인수해서 ‘신세계 영랑호 리조트’라는 이름으로 운영했다. 영랑호 주변에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야외 골프 코스가 있다. 최근 신세계 백화점이 이마트로부터 인수 후에 리모델링을 마치고, ‘신세계 센트럴시티 영랑호 리조트’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운영 중이다.
리모델링 후에 영랑호 리조트 20층, 기존에 스카이라운지가 있던 자리에 스타벅스가 들어왔다. 이 근방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이라, 멀리 고성 쪽 바다와 설악산, 영랑호 전경을 넓게 둘러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리조트에 3개 매장, 속초 시내에 4개 매장, 총 7개의 스타벅스가 있다.
붐비는 토요일 오후
언제 가도 왠지 편한 느낌이 드는 <스타벅스 속초 중앙로점>에서 잠시 예전 기억을 떠올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