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다시 <이디야커피 속초 동명항점>

by Julie


6월 21일이면 하지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길고 밤이 짧은 날. 요즘은 해가 아침 5시면 뜨는데, 21일을 기점으로 점점 뜨는 시간이 늦어지게 된다. 여름이라는 단어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벚꽃이 지고 손톱만 한 열매가 달린 것만도 신기했는데, 어느새 알이 굵은 검붉은 체리가 가득해진 나무를 보았다.

망종이 지나도록 나무에 남아 나날이 커져가는 매실도 구경했다. 아직 우리 집도 매실장아찌를 담그지 않았다. 마트에는 매실청 담글 때 필요한 재료들을 한쪽 매대에 크게 진열해 뒀다.


지금 만들면 100일 후에 맛을 볼 수 있다. 만들 땐 힘들어서 매실 양을 5kg 정도로 타협을 보지만, 먹다 보면 ‘10kg 할걸’ 후회하게 되는 맛이다.

감나무 꽃 떨어지고, 힘이 약한 여린 감꼭지가 자기 집 지붕 위에 누워있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 탓이다. 우산 겸 양산을 늘 가방에 들고 다녀서 밖으로 나설 일이 걱정되진 않지만, 신발 생각은 하게 된다. 발이 축축해지는 게 싫어서 비 오는 날은 장화를 신는다. 오늘처럼 예고 없이 내리는 소나기엔 별 수 있나. 걸어야지.

우산 위로 벚나무 잎이 스친다.


오다 말려나? 이러다 금방 지나가려나? 생각하며 걷는 동안, 새로 장만한 운동화 코 끝이 점점 물들어갔다. 에이 안 되겠다. 잠깐 피했다 가자.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을 샀다. 카페까지 가는 동안 한 손엔 우산, 한 손엔 삼각김밥을 들고서 고군분투. 가는 동안 빗발이 점차 약해졌다.

전원식당
다래헌

근처의 이디야 커피로 향하는 길. 이 길은 영금정으로 가는 길이기도 한데, 최근에 화제가 된 김치두루치기집이 있다. 주말이면 새벽부터 번호표를 받아다 먹는 집이다.

그 옆에 소리 없는 김치찌개 강자가 있다.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진한 김치찌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 곳 모두 좋아할 것이다.

전원식당에서 해양경찰서쪽으로 길을 건너가면 보이는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이 길에도 아는 사람은 아는 맛있는 가게들이 있다.

설악회국수


아침이면 디포리로 우려낸 진한 육수냄새가 골목으로 퍼지는 집

콩새식당


엄마가 언젠가 가자미조림을 맛있게 드셨다던 집도 있다. 전에 여행온 분들이 이 식당에 가는 길을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궁금했었다. 가게 바깥에 <신계숙 교수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에 방송되었다고 적혀있다.

콩새식당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이디야 커피가 나온다. 우산을 탈탈 털고 자동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평일이기도 하고, 비가 와서인지 손님이 많지 않다.

바깥이 어두워서 실내가 더 환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아까 먹은 삼각김밥이 짜서 아이스라테로 중화시켰다.


천장 구석진 자리에서 재즈풍으로 편곡된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 빗방울에 흔들리는 자동차 라이트. 환해진 하늘. 우산 없이 걸어가는 남자.


아직 하늘이 밝을 시간이라, 포근했던 카페 안으로 다시 해의 기운이 스며든다. 소나기 덕분에 잠시 쉬어간 오늘이다.


카페에서 나오니 맑아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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