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설악산에 잘 못 갔다. 일 년에 한 번은 울산바위에 가자고 했던 다짐도 지키지 못했다.
왠지 산에 가고 싶어 지면, 단번에 마음먹고 다녀오게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 점점 높은 곳으로 가게 된다.
일단은 생각만 한다. 그러다 오후 늦게라도 7번 버스를 타고 일단 소공원까지만 가본다. 때로는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켄싱턴 호텔로 이어지는 도보 40분 거리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하루 시간이 비면 비선대나 흔들바위 중 하나를 골라 가본다. 그때도 끝까지 가는 것은 아니고, 왠지 좀 앉아있고 싶어서, 뭐 좀 먹다가, 해사 산 너머로 넘어가려는 기미가 보이면 ‘오늘은 여기까지다’하고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오곤 했다.
게다가 오늘 같은 날은 더 심하다. 며칠 전부터 산에서 좀 걷고, 소공원에 새로 생긴 카페에서 화덕피자도 먹고 싶어서 출발한 길. 버스 타러 바닷가 길로 걸어가 볼까? 하다가 눈에 보인 카페에 발이 묶였다. 이런 식으로 작년 여름의 울창한 숲도 단풍도 놓쳤다.
카페가 있는 새마을은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 촬영지가 있는 곳이다. 지금 그 촬영지에 대한 글을 쓰는 중인데, 영화 속에 나온 장소 사진을 찍으려고 한 번 오려던 참이었다.
영화 초반, 주인공 수하가 엄마네 가게에서 아이스박스에 담긴 문어를 받아 들고 걷는 바닷길. 화면 위쪽으로 멀리 외옹치 언덕과 롯데리조트가 보인다. 모래사장 위에는 눈이 쌓여 영화 제목처럼 배경이 겨울이라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사진도 찍었고, 시내 방향 버스를 타러 갔다. 새마을이 ‘골목형 상점가’에 지정되었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이 된다는 뜻일까?
1968년 속초에 큰 해일이 일었고, 피해 입은 주민들이 단체로 이주해 온 마을이 이곳이다. 지금은 골목마다 숙소나 카페 소품샵, 식당이 들어서있다.
저녁 영동권 뉴스.
9번, 9-1번 버스가 다니는 속초, 양양 사이에 버스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새로 만든다고 한다. 그동안은 버스 시간표를 보고 언제쯤 오겠구나 짐작하며 기다렸는데, 곧 정류장 모니터에서 버스 도착 정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