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일력 1/17

by Julie


친구네 카페에 가는 골목길에, 작은 방앗간이 하나 있다. 시장의 떡방앗간처럼 바깥에 내놓고 파는 떡은 없는데, 바깥에 잔뜩 쌓아둔 어묵 박스가 오후가 되면 다 사라져 있길래, 떡볶이 밀키트를 파시나 생각했다.


어느 날 용기 내서 들어가 봤더니, 주로 분식집에 떡과 어묵을 납품하는 방앗간이었다. 딱 만원이 있어서 갓 뽑은 떡볶이떡과 가래떡을 사다가 친구와 나눠먹었다. 그 뒤로 방앗간 앞을 지나갈 때마다 ‘언제 떡 한번 사다 떡볶이 해 먹어야 하는데’하는 생각만 맴돌았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별생각 없이 걷던 중에 방앗간 문이 열린 걸 발견하고 쓱 들어갔다. 오늘도 지갑에 만 원짜리가 한 장 있었기 때문이다.


가래떡 살 수 있나요?



가래떡은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나오고, 떡볶이 떡은 10분쯤 뒤에 나온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10분을 기다리기보다 친구네 카페에 있다 잠시 사러 나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방앗간에서 나오면서 문득 시간을 보니 아침 9시 20분. 반가운 마음에 시간도 모르고 들어갔다.


친구네 카페에서 아이스 라테 한 잔 마시다가, 외투만 걸치고 잠시 나왔다. 그런데 이것 참...

박스 위에 자기 맘대로 척하니 올라가 있는 저 고양이보시게?

잠깐 눈이 마주쳤다. 성질이 보통은 아닌 듯.

그러다 다시 고개를 돌려 하늘을 한참 보길래 어딜 보고 있나 봤더니

비둘기였다.


비둘기만 바라보면서 사냥하기 전 자세를 취하던 치즈 고양이. 방앗간 문간에 서서 떡이 포장되길 기다리는 동안 귀한 구경을 했다.


만원 어치를 두 군데로 나눠달라고 부탁드렸다. 만원을 드리자 묵직하니 따끈한 떡봉지가 돌아왔다.


가방 없이 한 손엔 떡봉지를 들고서 카페로 돌아왔다. 친구에게 한 봉지를 건네고, 자리에 앉아 떡 하나를 꺼내 먹었다. 아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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