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아코플에서

다시 <아워 코지 플레이스>에서

by Julie


친구네 카페가 1월 27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네이버 플레이스는 삭제했다고 하는데, 어째서 장소 첨부가 되는 것인가? 카카오맵에는 살아있는 모양이다.




오늘이다! 싶은 기분에 서둘러 <아워코지플레이스>에 간 토요일 아침. 버스를 타고 교동농협 정거장에 내려, 지난여름까지 자두의 ‘김밥’이 흘러나오던 작은 가게 앞을 지났다.


교동 성당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떡볶이가게 옆으로 난 작은 골목길로 접어든다. 만천방앗간에 떡 확인을 해보고, 친구네 카페로 갔다.


해가 바뀌고 처음 온 아코플. 오늘의 첫 손님은 바로 나?

늘 먹던 걸로 부탁해요


라며 허세 주문을 한 뒤, 창가 구석 자리에 앉는다. 늘 먹는 것이란 클래식 바스크 치즈 케이크에 아이스 라테 조합. 자고로 달달한 것을 먹을 땐 아메리카노나 라테를 곁들이는 법이다.

우유 위에 에스프레소가 부어져 나오면, 일단 빨대로 우유 부분부터 한 모금 먹어본다. 좋아하는 작가 마스다 미리의 책에서 보고 따라 해 본 것이다.(<차의 시간> 21쪽)


그러고 나면 우유와 커피를 섞기 위해 빨대를 컵 안에서 빙그르르 돌린다. 오늘 라테가 담겨있는 잔은, 빨대를 돌릴 때 얼음이 오돌토돌한 컵 안쪽면에 부딫이는 소리가 기분 좋다.

포크로 바스크 치즈 케이크의 뾰족한 안쪽 부분을 떠먹으며 새삼스럽게 생각한 것은, 역시 여기 아코플 케이크가 참 맛있다는 것이다. 친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작년에 몇 군데서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사 먹어봤는데 아코플만큼 맛있지 않았다.


그 케이크 곧 먹지 못하게 되었지만.




나는 촉촉한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먹고
너는 커피를 내린다
찾아오는 이들은 모두 정다운 이들

여기 오기 전에는
오늘 뭐부터 하지? 하는
자잘한 고민들도 떠올렸다가

음악과 햇살이 있는 아코플에서
나는 좀 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든 올 수 있을 줄 알고
당연하게 여겼던 날들이
하나뿐인 나날이었다는 것을

내년 이맘때
아니 올봄 목련이 피려 할 때
나는 또 어디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삶을 당연히 여기지 말아야지
나는 또 내일 여기 다시 올 것처럼
문 밖을 나가면서

실은 마음껏 감사할 거야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