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릳츠 장충점>, <폴바셋 롯데잠실점>에서
서울에 1박 2일 일정으로 올라온 다음 날. 점심으로 대학로에 있는 중국요릿집 <계향각>을 예약해서, 조금 일찍 체크아웃하고 걸어가기로 했다.
서울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을 정해뒀는데, 밥은 ‘능동미나리 신용산점’과 ‘계향각’에서, 커피는 ‘맨홀커피 웨스턴책방’과 ‘스타벅스 광화문 리저브’에서 먹고 싶었다. 모두 어디선가 좋다고 들어서 적어둔 곳들이다. 그런데 계획이 늘 그렇듯, 현장에서 휙휙 수정이 되어 이 중에 두 곳만 가보게 되었다.
낯선 동네에 가면 괜히 눈도 일찍 떠지고, 산책 겸 한 바퀴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 이 날 묵은 숙소가 인사동에 있어서, 아침에 나와 광화문 언저리를 돌았다. 이 동네에 궁금한 카페가 두 군데 있어서 슬쩍 들렀다가, ‘광화문 리저브’에서는 짧게 커피타임도 가졌다.
점심을 먹고 나면 소화시킬 겸 걷고 카페에 갈 예정이라, 숙소에서 나오는 길에 엄마와 아침에 들렀던 카페 두 곳에 다시 가봤다. ‘폴바셋’과 ‘밀도’ 빵집이 한 곳에 모여있는 <폴 앤 밀도 광화문>점이나, <스타벅스 광화문 리저브> 모두 빌딩 1층에 있는 카페라 드나들기가 수월했다. 실제로 가보니 궁금했던 만큼은 아니어서, 간단하게 빵만 사서 나왔다. 점심 먹고는 그쪽에서 가까운 다른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피맛골과 종각을 지났다.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번쩍번쩍한 빌딩이 점차 친근한 풍경으로 바뀌었다. 멀리, 광장시장 간판이 보인다.
광장시장도 오랜만에 가 보는 거였는데, 비교적 한산했던 입구 쪽까지 뭐가 많아졌다. 사람들이 줄 선 곳이 있어서 보니, 여기도 가려고 생각했던 떡집이었다. 밥 먹으러 가는 중이라 아쉽게 패스. 즉석에서 손으로 만든 찹쌀떡을 파는데, 아침이 지나면 금방 문을 닫는다고 한다. 밥 먹고 돌아올 무렵 진짜 닫혀있었다.
광장시장까지 온 김에 <스타벅스 광장마켓점>에도 한 번 가봤다. 광장시장은 외국인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그런지, 명동처럼 빨간 옷을 입은 관광안내원이 근무 중이었다. 시장이라 길이 헷갈렸는데, 이분들께 도움을 받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시장 안쪽에서 카페 입구를 찾았다.
예전엔 한복감을 실은 손수레가 오갔을 울퉁불퉁한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1층은 콜드브루를 파는 포장 전용 판매장이고, 2층에 앉을 자리가 있다. 매장 2층은 은근히 넓고 아래쪽 시장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창가 자리도 있다. 아침에 들렀던 리저브매장보다 이쪽이 오히려 편하고 마음에 들었다. 이따 여길 올까 생각하며 출구로 나왔다. 문 앞 창가에선 대만 여행객 모녀가 함께 시장을 내려다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제 점심 예약 시간까지 30분 정도 남았다. 여기서부터 걸어가면 딱 도착할 시간이다.
인사동에서 광장시장을 거쳐 대학로까지 갔다. <계향각>에서 밥을 먹고, 소화시킬겸 한 두 정거장 걷다가 지하철을 탈 생각이었다. 그런데 2호선이 다니는 ‘을지로 3가’까지 걸었더니 왜 이렇게 지치는지. 염두에 둔 ‘맨홀커피 웨스턴책방’ 카페는 영등포에 있어서 30분은 더 가야 하고.. 이를 어쩐담.
가만있어보자, 아하 여기가 좋겠구나!
‘을지로 3가‘에서 두어 정거장 가면 ‘동대 입구역’이다. 그리고 그곳엔,
이 있다. 이곳에 대해선 지난 두 편의 글에 짧게 언급한 적이 있다.
해가 바뀌어 벌써 재작년 일이 되었다. 2024년 12월 어느 날 처음 가보고 마음에 쏙 들었던 <커피빈 동대입구점>이 사라지고, 왠 모르는 가게로 바뀌어 있었단 이야기를 했다. 찾아보니 거기가 <프릳츠 커피>에서 새로 연 장충점이었다. 여길 가면 딱 좋겠구나!
동대입구 역에 내려, 태극당이 있는 출구로 올라갔다. 계단이 어찌나 많게느껴지던지.
<프릳츠 장충점>은 입구를 뒤쪽 한옥느낌의 건물 쪽으로 따로 뺐다. 전에 커피빈이 있을 땐 평범한 상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식이라, 안에 한옥 같은 별채가 있는지 상상이 안 가는 구조였다.
음료를 만드는 바와 카운터 위치도 바뀌었다. 커피빈일 때엔 본채에도 앉을자리가 있었는데, 프릳츠로 바뀐 후에는 본채에서 주문하고 별채에 앉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별채로 이어지는 작은 안뜰에도 야외 자리를 만들었다. 그 모든 자리에 사람들이 앉아있어서, 조금 기다렸다가 운 좋게 창가자리에 앉게 되었다.
지치니까 빵도 시켰다. 속초 <사잇>에서 봐서 이름을 알고 있는 ‘푸가스’라는 빵과 김쿠키다. 푸가스는 겉면이 바삭하고 질깃한 식감에 담백한 맛이났다. 좋아하는 맛.
엄마가 말했다.
“프릳츠? 프릳츠가 무슨 뜻이야?”
“글쎄, 자기들이 만든 단어가 아닐까? 내가 예전에 본 책에 여기 카페에 대해 쓴 글이 있었던 거 같은데 다음에 빌려올게.”
하고선 빌려온 책을 지금 엄마가 읽고 있다.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라는 책이다. 2016년도 출간이라고 하는데, 나는 2019~2020년쯤 읽었던 것 같다. 허영만 작가의 <커피 한 잔 할까요?>라는 만화책이 있는데, 등장인물 중 커피 평론가의 캐릭터를 위 책 작가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찾아 읽게 된 책인데, 2016년 즈음을 기준으로 커피를 진중하게 다루는 카페 19곳을 소개하고 있다. 글이 많은 편인데 엄마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고 한다.
한 시간 정도 체력을 회복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나와보니 바로 옆 건물도 프릳츠커피의 제빵소였다.
이쪽에 오면 괜히 반가워서 쳐다보게 되는 ‘경동교회’를 지나, ‘동대문 역사 문화공원역’에서 4호선을 탔다.
회현역에 내려 잠시 백화점 식품관 구경을 했다. 좀 더 걸어야 해서 중간에 기쁨이 필요했다. 동네 마트에 안 파는 소스나 식재료가 있나 구경하고, 무겁지 않은 걸로 한두 개 사서 나왔다.
원래 영등포 쪽 카페에 가면, ‘더 현대 서울’에서 하고 있는 전시회에 가고 싶었다. 멀어서 포기하고 근처 전시회를 알아봤는데, 명동성당 지하에서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엄마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심이 있어서 딱 좋은 코스다. 게다가 무료.
전에 한 번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성당 지하 상점가로 들어갔다. 제일 끝 전시실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여러 길이 있는 모양인데, 작가님은 몇 해에 걸쳐 여러 길을 다 다녀오셨다고 한다. 내가 꿈꾸는 배낭여행의 표본이 거기 있었다. 멋진 풍경과 외국 친구들과의 교류, 만남과 헤어짐 같은 것들.
전시회를 보고 나서 근처 벤치에 한참 앉아있었다. 이제 숙소에 맡겨둔 가방을 찾아 터미널로 간다. 가방까지 매고 다녔으면 더 힘들뻔했다.
속초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러 동서울 터미널에 가는 길. 강변역을 지나쳐 잠실역에 내렸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을 땐 롯데백화점 지하 식품관을 구경하다 간다. 시내버스를 타야 했다면 이렇게 여유 부릴 수가 없는데, 지하철은 자주 오고 시간을 정확히 지키기 때문에 가능하다. 버스 탑승 30분 전에 출발하면 딱 맞게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힘들어서 일단 <폴바셋>으로 직진.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식품관에서 롯데월드 방향으로 이어지는 통로로 가면 바로 보인다. 이번에 가서 놀란 것은, 폴바셋 바로 앞에 강릉 ‘엄지네 포장마차’ 코너가 있었다. 팝업인지 정식 매장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보니 반갑구먼.
자리가 많은 편이 아니라 일단 자리부터 맡고, 당연히 아이스크림 라테를 주문했다. 엄마는 그냥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아포가토가 있다는 걸 나중에 발견했다. 사진을 보니 1년 전 이맘때도 왔었다.
이때는 아포가토 먹었는데 왜 까먹었지? 지금까지 컵이 다르고 요상하게 더 맛있어 보이는 아이스크림 라테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앉아, 오늘 하루 얼마나 걸었는지 봤다. 삼만보 걸었다. 어쩐지 힘들더라. 카페에서 쉬었던 덕분에 하루를 잘 보냈다. 역시 지치고 힘들 땐 카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