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 솟은 산부리는
새 넘는 길을 굽어보고
맑고 깊숙한 골 안은
신선 자취 감추었네
동쪽에 노닐어 그 절정에 올라서
우주를 내려다보며
가슴속 씻고파라
권근 <금강산>
한창 산에 다니던 시절, 잠깐 쉬려고 멈추어 주변을 둘러보면 그 시원한 풍경에 마음이 잔잔해지곤 했다. 왜 주말마다 전국의 산을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설악산의 울산바위를 오르는 길은 가파른 계단길인데, 한참 올라가다 아래를 보면,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산에 구름이라도 낀 날이면 ‘영험하다’라는 단어가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은 신묘한 분위기가 된다.
울산바위에 얽힌 설화가 있다. 창조주가 금강산을 만들 때 전국의 이름난 바위를 불러모았는데, 울산에서 출발한 바위가 잠시 쉬어간다는 게 그만 약속시간에 늦고 말았다. 그래서 고향에 돌아가긴 창피하니, 쉬던 자리에 눌러앉았다. 그게 지금의 울산바위가 있는 자리라는 것이다. 울산바위 같은 멋진 바위들이 많이 모였을 테니, 금강산은 얼마나 멋질까?
양양 오색 주전골 근처에 ‘만경대’라는 통제구역이 있다. 매년 단풍철에 한시적으로 개방하는데, 만경대의 이름도 금강산에 있는 같은 이름의 지명에서 따왔다. 금강산 만경대만큼 아름답다는 뜻이다. 아름다운 산의 기준은 늘 금강산이다.
그러니 이 문장에서 금강산을 둘러본 옛사람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기온이 오른 며칠. 엄마 말로는 속초엔 늘 설 무렵 눈이 온다는데, 진짜 연휴에 눈 예보가 잡혀있다.
며칠 전 까치가 집 짓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었다.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전봇대 아래 나뭇가지가 수북이 쌓여 올려다봤더니, 까치집이 철거됐다!
그렇구나. 한전에서 까치집이 골칫거리라고 하던데, 화재 위험이 있어 치우고 간 것 같다. 얼마 뒤 집주인 까치 부부가 와서 황당한 목소리로 울었다. 깍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