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편의점 알바생은 무슨 생각을 할까
카페, 호프집, 공장, 상하차, 레스토랑…
적지 않은 알바를 해보았지만
그중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기에 단연 최고는
편의점 알바였지 않을까.
episode 1
카페나 술집, 메뉴가 일정하게 정해진 음식점과는 달리, 편의점에는 아주 다양한 물건이 있다. 그래서 그만큼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온다. 프랑스의 미식가였던 브리야 사바랭이 말하기를, 무엇을 먹는 지를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판매제품의 8할이 음식인 편의점에서, 손님은 카운터 앞에선 잠시 발가벗은 존재가 된다. 우리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먹고 싶은 음식이 달라지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해 본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매운볶음면이, 우울할 때는 단 게 먹고 싶고 운동하고 힘이 없을 땐 이온음료가 마시고 싶다. 함께 식습관도 오랜 기간 동안 몸에 배어서 그 사람의 일부가 된 채 계산대 위에 올려진다. 그리하여 계산대에 서서 내가 했던 일은, 다름 아닌 손님들의 그날의 기분과 각자의 사연을 계산해 드리는 일이었던 것 같다. 이따금씩 나와 비슷한 정서 상태를 가진 손님을 만나게 되면 공감이 되고 마음이 가기도 했다.
나는 식이장애를 꽤 오래 겪은 경험이 있다. 수능이 끝나고 졸업을 하며, 열심히 달려온 시간들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마음이 공허할 때면 뭐라도 욱여넣어서 공허함을 메워보려 했다. 속이 불편한 데도 엄청난 양의 음식을 계속 밀어 넣었다. 소화제를 먹고 울다 잠들었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부은 얼굴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또 먹기를 반복했다.
가끔 한꺼번에 정말 많은 양의 음식을 사서는 앉은자리에서 다 먹고 가시는 손님이 몇 분 계셨다. 그중 작은 키에 모자와 큰 옷으로 몸을 가린 한 학생이 떠오른다. 큰 컵라면 2개, 핫바 2개와 2+1 하는 아이스크림 3개를 혼자 앉은 그 자리에서 조용히 먹고 가던 학생. 오래 굶은 것일까. 속이 불편하지 않을까. 연민의 다른 말은 우월의식이라고 하긴 하더라만. 혹자는 지금 문제가 없는 사람을 문제 있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손님에게서 나의 모습이 겹쳐 보일 땐 나도 모르게 괜히 신경이 쓰이는 오지라퍼 알바생이다. 발간 얼굴로 매일 같은 시간에 소주를 사가시는 아주머니께도. 급식카드로는 결제가 안 되는 과자를 사 먹고 싶었던 어린 학생에게도. 오늘도 그분들의 삶이 좀 더 편안해지기를. 그저 조용히 기도함으로 오지랖을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