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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소방관 Feb 19. 2023

어여쁜 얼굴에 혈관종 이라니

ㅅㅅㅅㅇ병원 성형외과 편

2023년 02월 06일

태어난 지 D+258 (8개월) 되는 날


ㅅㅅㅅㅇ병원은 성형외과로 외래예약이 되어있다. 초진 예약 상담받을 때 성형외과를 말씀하시길래 소아과는 전문의가 없으시냐고 여쭤보았다. 성형외과 ㅇㅇㅇ전문의가 (혈관종 등 관련) 소아 진료를 많이 보셔서 추천해드리고 있다고 소아과로 원하시면 다른 전문의도 계신다고 했다. 내 촉 보다는 상담원이 더 잘 알겠지 싶어서 성형외과 ㅇㅇㅇ교수로 예약했던 것이다.


오전 10:40 외래진료이고 시댁에서는 15-20분 거리였기에 느긋하게 출발해도 됐다. 하지만 지난번 ㅅㅇㅇㅅ병원 때 서울 출근시간 차 막힘과 병원 주차난 경험이 있어 한 시간 일찍 출발했다.


오! 예상보다 차도 하나도 안 막히고 주차도 쉽게 됐다. 운이 좋은가보다. 외래진료만 잠깐 받고 나올 거라 힙시트에 둘째 앉히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북적북적. 여기도 방문객이 엄청 많다.


성형외과는 별관 지하 1층에 있다는데 요리조리 기웃기웃하며 잘 찾아갔다. 메인 도어를 여니까 대기 환자가 정말 많았다. 도착 접수하니 문자가 왔다.


유모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던 게 제일 후회가 됐다. 어쩔 수 없이 고생 좀 해야겠다 싶었다. 순서가 될 때까지 다시 본관 가서 아점도 사 먹고... 아기 보조 의자 하나 없는 화장실에서 개고생도 하고... (왜 난 유모차를 두고 와서는....) 이래저래 60분이 지나니 정말 둘째 순서가 됐다.


여태껏 그랬듯 Q&A 시간을 가졌다(언제 눈 밑에 이런 게 생겼는지, 사이즈나 색 변화는 있는지, 다른 아파하는 곳은 없는지 등등). 그 결과,


"덩어리가 없어서 표면에만 이래서 초음파나 MRI 찍어도 뭐가 안 나오겠어요. 혈관종이면 보통 태어나서 커지는데 아기는 반대네요. 제 생각에는 혈관기형 같아요. 혈관기형은 늦게 생겨서 평생 갖고 있는 거예요. 아기 얼굴이 커지는 정도만 커집니다. 피부가 빨가면 레이저치료가 가능한데 아기는 퍼레서 이것도 안 될 것 같네요. 그래서 혈관기형이면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 최후에는 그 부분 살을 도려내서 살을 이식하는 건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정맥성 혈관기형으로도 보이는데 혈관기형이든 정맥성 혈관기형이든 몸에 나쁜 건 없어요. 다만 다른 문제(ex. 암)로 인해 생길 수도 있는데 이 아이 같은 경우엔 그랬다면 아마 그동안 이벤트들이 있었을 거라 이 확률은 적다고 봅니다. 그래도 확률을 배제할 수는 없으니 세 달 후에 뵈어요. 그리고 혈관기형은 주사 약물 치료가 있는데 다른 과에서 약 처방을 받는 것이고 입 주변은 가능하지만 아기는 눈 근처라 신중해야 될 것 같네요. 다음 외래 전까지 이 부분 변화가 있으면 사진 찍어 두시고 그럼 세 달 후에 만납시다."


다시 정리하면,


* 병명은? 정맥성 혈관기형
* 상태는? 발현 후 변화 없는 특이한 상황
* 치료의 필요성 정도는? 없어 보임
* 치료 방법은? 당장은 없음. 경과 보기
* 치료 기간은? 없음
* 부작용은? 없음
* 치료하지 않을 경우 대책은? 경과 보기


다른 두 대학병원에서는 혈관종 치료 약처방 말씀을 하셨기에 교수님께도 이에 대해 여쭤보았다. 약 처방은 소아과 쪽에서 받을 수 있는 거라며 소아청소년 혈액종양분과에 소견서(?)를 보내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약 처방 여부는 그곳에서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주 월요일로 소아청소년 혈액종양분과 외래가 잡혔으니 한주만 기다리면 최종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곤 저녁에 남편과 병원 다녀온 일로 상의했다.


일단 병원 세 군데 중에서 오늘 다녀온 ㅅㅅㅅㅇ병원이 제일 신뢰가 갔기에 다른 두 곳에 예약한 검사 및 진료들은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검사와 진료들은 ㅅㅅㅅㅇ병원에서 받기로 했다. 약 처방 여부는 다음 주 외래 때 알게 되겠지만 받던 안 받던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초음파검사를 부탁드리기로 했다.


병원 이곳저곳 다닌다고 둘째가 고생이 많았지만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는 것 같다. 부디 이 결정이 아기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기를 바랄 뿐이다.


천사 미소, 울 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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