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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woluck Sep 25. 2020

만들기만 한다고 법이 되는게 아니다.

법으로 읽는 유럽사 (한동일 저, 글항아리)

요즈음 같이 법에 대한 관심, 즉 각종 법들의 개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때도 드물었을 것이다. 미성년자들의 흉악범죄에 대한 처벌 연령 개선, 형사법에 있어서 죄질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형량, 권력형 부패와 대기업 총수의 범죄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과의 괴리, 저출산 문제와 복지비용의 확보를 위한 세법의 개정, 경제상황에 따라 너무 자주 변하는 세법체계,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슬금슬금 변하는 소소한 법들. 이런 문제들은 결국에는 우리나라의 법이 국민들의 정의관에 부흥하지 못하였고, 대다수의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지 못하는 면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여느 아시아권 국가들이 그래왔듯이 - 일본은 예외 - 왕조사회에서 벗어나면서 서구의 제도를 한치의 고민없이 우리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왔다. 일본이 받아들인 서구의 문화와 법체계를 우리가 그대로 가져왔다. 예를 들어봐도 현재까지 민법이나 세법의 체계는 일본의 그것과 거의 백퍼센트 동일하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이 일본에서 독립을 한 이후에는 너도나도 먹고살기에 급급할 수 밖에 없었고 한국전쟁까지 겪으면서 법을 우리에게 맞게 개선하는 작업은 더딜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장 먹고 살기 바빠죽겠는데 법이 뭐고 철학이 뭐고 생각이 들 수는 없을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다보니 대한민국 수립 이후 현재까지 우리에게 적용되었던 온갖 법들은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지켜야할 당위성을 확보하기는 커녕 "법을 지키는 놈이 바보"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60년대 경제발전이 지상최대의 목표였던 그 때, 정치인과 대기업 총수는 유착을 통해 그들의 세를 불렸고 노동자들을 갈아넣어 이룬 부를 극소수가 차지해서 현재에까지 이르렀으며, 그나마 뭔가가 조금씩 굴러가는 통에 우리나라 제일의 대기업 총수는 자기 자식대에는 기업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 두고봐야 알겠지만 - 약속했다.

이런 것이 다 결국에는 법과 현실의 엄청난 괴리가 대한민국 수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면면히 이어져왔기 때문일 것이다. 한동일 신부의 본저에서는 유럽이 로마법과 교회법을 근간으로 관습법과 성문법의 전통을 적절히 조화시켜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그 전통이 1~2백년된 것이 아니라 로마시대부터 면면히 이어져 오면서, 도시국가들로 잘잘히 쪼개져 있었던 유럽을 현재의 유럽연합에 이르기까지 이익관계가 다른 국가들끼리 서로를 이해하는 수단으로서 작용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로 인해 "고비용, 저효율"의 유럽 관료제도의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문제가 바로 여기서 도출된다. 고민없이 받아들인 다른 사회의 체계. 그 체계가 어디서 기인한 것이고 이것을 받아들였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을 고민해보지 않고 무작정 받아들인 우리나라. 유럽인들이 최소 1천년 이상을 서로 치고박고 싸우고, 이 법과 저 법이 충돌하는 과정을 해소하면서 만들어낸 현재의 유럽의 법체계를 그저 고민없이 카피에 가까울 정도로 적용한 우리나라의 문제다. 우리나라 사회구성원들간의 이해를 적절히 풀어나갈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로 유럽인의 것을 모방하기에만 급급했으니 그동안의 문제가 이제사 막 터져나오는 것일거다. 이런 문제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국민들을 얼마나 잘 이끌어 나가줄 수 있는지 걱정이다. 요즘처럼 여기저기서 쌓이고 쌓였던 문제점이 화산폭발하듯이 터져나오는 이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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