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의 민낯
노동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저, 부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 미국. "슈퍼파워 미국", "미국에 의한 프로파간다","팍스 아메리카나". 강한 미국을 표현하는 수식어들은 차고 넘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있어서도 최고인 곳답게 영화, 프로스포츠 등 관련 분야에서 수백억의 연봉자가 넘치는 곳. 우리가 어릴 때부터 "자유의 나라"라고 귀가 아프게 들어와서 어느 정도 세뇌가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한 나라.
이 책은 작가가 직접 저임금 노동자가 일하는 곳 - 식당 웨이트리스, 양로원, 청소대행업체, 월마트 - 에서 일을 해보고 저임금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직접 느껴보면서 미국이란 나라에서 뻔히 벌어지고 있는 부의 양극화, 가난의 대물림에 대한 문제를 고찰해 본 책이다.
사실 미국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경제력, 군사력을 지니고 있지만, "미국식 자본주의"의 원조집답게 있는 자에게는 관대하지만 그 외에 없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강대국으로서의 혜택이 거의 없다시피한 것 같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국가 의료보험이 없어서 많은 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병원 근처에 가 볼 엄두도 못 내고, 엄청나게 낮은 시급 - 작가가 직접 일했던 1999년 무렵에 근로자 임금이 시간당 7달러도 안 되었다. 그러나 지금 현재 미국의 보통 저임금 근로자 시급도 9달러가 채 안된다고 한다. - 으로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사람들이 많고, 땅이 워낙 넓다 보니 대중교통이 국민들을 거의 커버하지 못하는 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출퇴근용으로 차를 사서 낮은 임금에 차량 유지까지 해야 하는 상황. 트레일러나 여관에서 사는 사람들이 허다하고 - 미국 국가 공식 통계에도 잡히지 못한다고 한다 - 식사마저도 정크푸드로 때우는 사람들이 넘치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이다.
결국 작가가 주장하는 건 복지제도의 확충이지만, 미국 기업들이 - 월마트 같은 초대형 업체조차도 - 제대로 시급을 정해서 주지 않으려 하고, 저임금 근로자들은 그 돈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대중교통 편의나 탁아 서비스 같은 국가를 통한 간접지원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이래저래 버는 돈은 족족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모자란 상황에서는 가난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걸 작가 자신이 체험하고 알려주고 있다.
복지라는 것. 당장 국고에서 돈이 나가는 지원이라 생각해서 "무분별"한 복지지출은 국가에 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도 일리는 있지만, 국민에게 최소한의 삶의 품위를 유지하게 살게끔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 가거나 도중에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기회를 평등하게 지원해주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일 것인데, 대한민국 수립 때부터 미국식 자본주의를 그대로 베껴온 데다가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로 인해서 무산계층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이 이 책을 통해서 선하게 보이는 듯했다.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