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을 강요하는 사회
긍정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저, 부키)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해서 온 나라가 불황의 늪으로 한없이 빠져들어가던 시절. 그 당시 텔레비전과 신문에서는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기업의 광고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주로 이런 광고들을 실어낸 주체가 우리나라의 굴지의 대기업들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당시 경제가 어려워지게 된 계기가 사실 그들의 탓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과실은 쏙 빼버린 채 긍정적 사고를 가질 것을 국민들에게 강요한 셈이다. 그로 인해서 경제위기를 생각보다 빨리 극복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렇다고도 하겠지만, 주체와 객체,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뀐 상태에서 현 상황을 긍정할 것을 강요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긍정의 힘을 바탕으로 한 카드회사는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광고까지 히트시키며 긍정을 바닥에 깔고 소비를 긍정하라는 메시지마저 띄웠더랬다.
에런라이크는 이런 긍정이란 이름하에 행해지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현상들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미국과 같이 대대로 청교도적인 사고 - 작가는 칼뱅주의를 예로 들었다. -, 특히 구원에 대한 강박적인 사고방식이 미국인들을 강하게 옥죄고 있었고, 이런 데 대한 반동으로 개인들의 가치를 더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거기서 더 나아가 - 오버를 한 셈인데 - 무서운 구원에 얽매이지 말고 무조건 긍정하면 된다는 방향으로 변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긍정의 힘"을 강요하는 계층은 대기업들로 대표되는 가진 자들과 기존 종교가 가져야 할 신성에 대한 경배는 무참히 무시하고 신도들 늘리기에 긍정을 이용하는 대형교회 목사들로 대표되고 있고, 이른바 긍정 코치들은 이들의 비즈니스가 번창하는 것을 보조하고 책을 써서 팔고 강연 등을 벌여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자신들의 긍정 이론의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자 근거도 없는 과학이론을 끌어다가 대고, 심리학회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해 하나의 학문 문파로 만들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들은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지만 너 자신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그 모양 그 꼴로 사는 것"이라고 하면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부자가 된다고 - 모든 긍정 이론의 끝은 부자 되는 법에 있다. - 강요한다. 미국 사회 전반에 긍정이 미친 부정적인 영향 - 세태를 너무 긍정적으로 낙관한 월가가 금융위기를 자초한 것 등 - 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세상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보더라도 일단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 받으니 살기에는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사상과 사회와 기존의 권력에 대한 저항과 비판정신에 있었다. 개개인이 스스로 깨달아서 긍정의 사고를 가진다면 모를까, 결국 가진 자들에 의해 의도된 긍정이라고 한다면 사람의 사상의 자유, 생각할 자유, 비판할 자유를 억누르는 좋은 수단에 불과할 것이다. 의도된 긍정, 계획된 긍정, 누군가의 부의 축적 수단으로써의 긍정.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세뇌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이런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