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되지 않은 상처

소설 <둘, 그리고 셋> 제8화

by 지우


엄마는 기질이 강한 영훈을 편애했다.

어린 영훈이 자기를 괴롭힌 친구집을 찾아가 자기보다 덩치가 훨씬 큰 친구 얼굴에 물총을 쏴서 기어이 복수를 하고 왔을 때, 학교 야구팀 선수로 뽑혀 대회에 나갔을 때, 우등상을 받아와 내밀었을 때 엄마의 얼굴에 퍼지던 환한 미소를 윤희는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은 미소라기보다 자부심 같은 것이었다.


남들보다 잘하고, 앞서고, 지기 싫어하는 그런 기질을 엄마는 사랑했고, 자랑스러워했다.

엄마는 늘 그랬다.



영훈은 엄마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엄마가 아무리 많은 눈물을 흘려도 요지부동이었다.

반면 올케는 무던한 사람이었다. 남편에게 두 사람의 엄마가 있다, 친엄마가 자식을 외면했던 세월이 있었다는 사실을 수긍하는 일은 남의 식구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올케는 눈물로 호소하는 시어머니와 돌처럼 굳어버린 남편 중간에서 노심초사했다. 마음 저 깊은 곳에서 꿈쩍도 안 하는 빙하를 녹여주고 싶어 했다.


엄마가 자식들 중에서 가장 아끼고 자랑스러워했던 아들은 그랬다.

아직도 엄마를 용서하지 않았다.


윤희도 엄마가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엄마가 떠난 후, 마치 땅이라도 꺼질 것 같은 아빠의 침묵과, 날카로운 유리 파편 같은 동생들 상처 사이를 오가느라 정작 자기는 힘든 줄도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았었다.

누가 꼭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시킨 적도 없지만, 윤희는 자기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꼈고, 느낀 대로 행동했다.


엄마의 부재가 가져다준 상처는 아문 것처럼 보이다가도 건드려지면 덧났다. 그럴 때면 별 것 아닌 일로도 엄마에게 화를 냈다.

장모님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가 마뜩잖을 때에도 그렇게밖에 못하냐고, 좀 이해해 줄 수는 없는 거냐고 비난하지도, 따지지도 못했다.